프롤로그

Part, Begin, Live

by 진경



엄마는 생의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분이었다. 의식을 잃기 불과 하루 전까지도 내일을 이야기 했으니.

병상에 누워서 "퇴원을 하면 여기서 지내자. 아무개 선생님을 만나볼거야." 라며 미소를 보이던 얼굴이 선명하다.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7년을 더 살아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아마도 그 ‘내일’과 ‘희망’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자기 관리에 최선을 다했고, 운동을 했으며, 치료를 이어갔다. 그러나 가족에게는 어떠한 메시지도 남기지 않았다. 그 침묵에도 분명 엄마만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종종 그 이유를 헤아리려 애쓰며, 스스로를 엄마의 자리에 대입해 본다.

내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끝까지 희망을 붙드는 길일까, 아니면 떠날 준비를 하는 길일까.


남겨진 자의 입장에서 나는 자주 생각한다. 엄마가 마지막을 기록해 주었더라면 내게 커다란 유산이 되었을 텐데.

아직 육아에 허덕이는 30대 초반의 딸에게, 언젠가 배우자를 만나게 될 20대 아들에게.

인생의 길목에서 방향을 놓칠 때, 엄마의 도움이 간절한 날. 그때 꺼내 볼 수 있는 당신의 한마디가 남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물음의 해답을 찾기도 전에 내게도 병이 왔다. 하루하루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시간임을 느끼며, 더는 고민을 미룰 수 없었다. 나를 위해, 남겨진 이들을 위해.


매일을 작별하듯 살아가자.




어떻게 작별할 것인가.


우리는 좋은 시작을 위해 여러 방법을 배우지만, 정작 끝맺음에 대해서는 거의 배우지 않는다. 친구와의 관계도, 직장을 떠나는 순간도,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조차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많은 작별은 준비 없이 찾아와, 남은 기억마저 흐리게 한다. 죽음 앞에서, 또 삶의 수 많은 끝맺음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작별해야 할까.


이 글은 그 물음에 대한 나의 기록이며,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