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먹어야 하나요

내일의 나는 오늘의 식탁에서.

by 진경



병의 증상이 불규칙하게 찾아와 병가가 잦아진 어느 날, 나는 회사에 내 몸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보스와 마주 앉아 처음으로 개인사를 꺼냈다. 의외로 그녀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가까운 가족이 나와 비슷한 병을 앓았고, 그 곁을 오래 지키며 얻은 경험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대화의 끝에서 그녀가 남긴 한마디가 오래 맴돌았다.


네가 먹는 음식이, 곧 너의 미래야.



그 말은 애정 어린 조언이자 내 몸과 삶을 향한 질문처럼 들렸다.






병명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약부터 찾았다. 의료계 종사자 지인들에게 연락하고, 가능한 모든 연을 동원해 처방을 알아보려 했다. 엄마가 암 투병할 때 우리는 의사에게 식단에 대해 자주 물었지만, 그때마다 돌아온 대답은 대체로 모호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음식’보다는 ‘약’이 우선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의외로, 이번에 만난 의사들은 하나같이 약보다 먼저 식단을 바꾸길 권했다.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그래도 일단 권고를 따라 수분 섭취부터 늘려보기로 했다.

내가 마실 물만 따로 물병에 담아보니, 하루에 고작 500ml 남짓 마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커피와 음료를 많이 마시니 물을 충분히 마신다고 착각했을 뿐이었다. 의사가 말한 2L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자조 섞인 웃음이 나왔다. 그날부터 가족들은 눈만 마주치면 내게 물을 권했다. 작은 응원처럼 건네지는 물 잔 하나가, 곧 나를 살피는 눈빛이 되었다.


하루 500ml에서 1L로 늘려간 물의 양은, 일주일 뒤 수치로 증명됐다. 신장에서 나타났던 높은 염증 수치와 백혈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큰 위험 신호였던 단백뇨 배출도 사라졌다.


먹고 마시는 것에, 힘이 있구나.


몸이 보내온 신호에 답 하듯, 나는 음식에 대한 태도를 달리해 요리하기 시작했다.

몇 가지 풀잎 채소 위에 데친 야채를 올리고, 살짝 구운 버섯이나 닭가슴살을 곁들인다. 퀴노아 밥을 한 숟가락 담고, 잘게 썬 올리브로 간을 한다. 마지막엔 올리브유 한 줄기를 둘러 풍미를 더한다.


한 끼 식사를 차리는데 15분이 넘지 않는 이 단순한 음식이 몸을 다독이는 자장가가 되기를- 세포 하나하나가 이 변화를 기억해 주기를 바랐다. 음식은 그렇게 나를 치유의 길로 불러냈다.



Let food be thy medicine and medicine be thy food.*¹



음식이 곧 약이 되고, 약이 음식이 되게 하라.


오늘날 의사들이 지키는 윤리적 선언의 기원인 고대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Regimen》 (식이요법) 저서에서 약물보다 먼저 음식, 운동, 휴식 같은 생활습관이 건강과 치유의 기본이라고 보았다. 몸을 치유하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2400년 전 고대의 말이 지금 내 삶에서도 다시 증명됐다. 음식은 우리에게 연료 그 이상,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일상적이고 확실한 약이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할까?

질문은 식탁 위의 메뉴에 대한 것인 동시에 내일을 향한 나의 선택과 태도를 묻는다. 몸은 우리가 반복해 온 습관을 기억한다. 화려함을 덜어낸 단순한 식사가 쌓여 세포의 질서를 바로 잡는다. 건강한 내일의 몸과 마음을 이끌어 낸다. 또 몸은 정직하다. 오늘 내가 먹는 음식의 결과를 곧 드러낸다. 한 달 뒤, 일 년 뒤, 십 년 뒤 - 오늘의 식탁이 가져다줄 미래의 모습을 기대해 보자.






¹ 라틴어: Cibus sit medicina tua et medicina sit cibus tuus.

히포크라테스 저작집 《Regimen》(Περὶ Διαίτης, On Dietetics)에 전하는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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