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쉼표10: 긍정을 긍정하는 방법]
새벽에 갑자기 열이 오른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느라 급하게 연차를 낸 날이었다. 최악을 예상하고 갔던 터라 엉덩이 주사로 끝난 처방에 안도하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 후, 예상치 못하게 생긴 여유 시간에 미리 빌려둔 책을 꺼내 들었다.
"비난은 또 다른 비난을 부른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을 때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칭찬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부정을 부정하기보다 긍정을 긍정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 [ 부를 끌어당기는 글쓰기 ],부아c 中
한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에 작가 부아c의 책에서 찾아낸 이 문장이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생각해보면 비난과 긍정 중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고르라면 단연코 비난이다. 나는 세상에 불편한 게 많은 프로 불편러다. 남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길 만한 일에도 "그건 아니지~"라고 내 의견을 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30년 넘는 시간 동안 비관적인 시선으로 살아온 내가 긍정을 긍정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위 질문에 대한 내 답은 "가능하다"이다.
핵심은 ‘시선의 방향’이다.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그 순간의 감정에만 파고들지 않고 “그동안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로 시선을 옮기는 것.
이를 테면 이런식이다.
외부 출장길, 주차가 마땅치 않아 몇 번을 갈아타고 만원 지하철을 타며 이동해야 한 날이 있었다. 짐도 많고 하필 비까지 와서 우산을 써가며 걸어야 하는 상황. '아, 오늘은 왜 이렇게 아침부터 고단하냐'는 생각이 든다면, 그 생각의 방향을 바꿔보는 것이다. '그동안 나의 출근길이 얼마나 평탄했는가. 누군가는 매일 이런 출퇴근을 할 텐데, 정말 다행이야.'
환불 문의 하나 하려고 챗봇과 몇십 분째 씨름하다가 상담원 연결을 위해 또 몇십 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무슨 환불이 이렇게 힘들어'라는 불평 대신,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스피커 폰으로 모드를 전환했다. 그리고 상담원이 연결되기까지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버튼 한 번으로 바로 환불되던 다른 플랫폼을 떠올려보았다. '그때 그거 참 편했지. 그렇게 처리되는 게 정말 좋은 거였구나. 그땐 몰랐네.'
최악의 상황에서 떠올려보는 일상은 천국이 따로 없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전반적으로 우리 삶은 일상의 범주 안에 있으므로, 삶은 얼마나 감사할 일 투성이인가.
이런 류의 '손바닥 뒤집기'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이루고자 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스스로가 한심스럽고 미워지는가? 한 걸음 떨어져서 다시 생각해보자. 불과 한 시간 전까지 나는 내게 괜찮은 사람이었다. 불과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은 식사를 하고 웃으며 누군가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세상은 내가 바꿀 수 없는 일로 가득하다. 그래서 나의 일상에는 앞으로도 불편과 불만이 가득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각의 손바닥을 뒤집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통제당하는 일이 아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나 자신을 챙기는 것. 그것이 프로 불편러인 내가 프로 감사러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2025.08.04
요즘 육아 어렵다, 힘들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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