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여서, 퇴사합니다. 240905
직장인은 가슴속에 늘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지 않는가?
생각지도 못했고, 그리 감정적으로 순간적으로 갑자기 퇴사를 한다고?라는 생각으로 이해를 못 하던 사람이지만,
퇴사를 할까 말까 하던 ‘사직서를 품고 다니는 사람‘과
퇴사가 정해진 사람은 달랐다.
나의 케이스는 모든 것에 굉장히 유 해진다
일단 사원이 말을 안 들어도 10만큼 화날 일이 2 정도에 그친다.
(맘 쓰지 않아도 되니 “네~” 로 모든 말을 종결시킬 수 있다.)
별로 좋아하지 않던 공간들이 괜히 그리워질 것 같단 생각을 한다.
이제 이런 사소한 일은 누가 하려나 하면서 사소한 일에도 의미부여를 하게 된다.
어떤 루틴을 하다가 이젠 안 하겠지 싶어서 머릿속 정리함에 넣는다. (간식시간에 발포 비타민 먹기 등 하루 중 꼭 하는 일들.)
진상 고객이 와도 ’ 전 이번달만 지나면 없답니다~ 어떡해요 계속 괴롭힐 사람이 없어져서?‘ 하고 꼬수워진다.
디스크가 악화되어 허리가 찌릿할 때 곧 퇴사하니까.. 생각하면 덜 서글퍼진다.
직원 식당 밥을 다시 먹어볼까 생각한다.(나는 8년간의 식당밥이 너무 지겨워서 밖에서 사 먹거나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점심시간에 자주 가던 백화점 맛집의 음식들을 한번 다 맛보고 가야겠단 생각에 전투력이 상승한다. (쇼핑하러 올 수도 있겠지만 왜인지 잘 안 오게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20대를 다 바친 곳이란 생각이 자꾸 들어서 뭔가 서글퍼진다.
하지만 그동안 배운 사회인으로서의 배움을 복기하게 된다.
마음속으로 한 명 한 명에게 인사하게 된다. (그분들은 날 모른다.)
이래서 퇴사할 사람은 티가 난다고 하나보다.
무슨 더러운 일이 있어도 예전 같았으면 머리 굴리기 바빴을 텐데 뭐든 그런가 보다~ 하니, 나이 서른에 인상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