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는 하루를 살아낸 당신에게
삶은
원을 그리며 도는 바퀴 같다.
끝없이 돌고 또 도는 하루.
아침은 늘 비슷한 시간에 오고,
커피는 같은 잔에 따르며,
저녁은
익숙한 그림자와 함께 스민다.
그렇게 한 날이 저물고,
또 한 날이 밝는다.
예전에는 그것이 싫었다.
언제나 똑같은 하루가
나를 어디로도 데려다주지 못할 것 같아
애를 쓰며 바깥을 향해 뛰어보았다.
하지만,
달리던 발끝이 멈추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계절이 변하는 건
크게 흔들리는 바람 때문이 아니라
작고 꾸준한 공기의 결 때문이라는 것을.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드라마틱한 무엇이 아니라
‘오늘도 무사히’
그 말 한 줄을 마음에 꾹 눌러 담으며
하루를 지켜낸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을.
무너지지 않은 건,
강해서가 아니라
작게라도 매일 나를 일으켜 세웠기 때문이었다.
같은 자리를 돌면서도
그 안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해낸
조용한 용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무는 것 같아 보여도,
우리는 매일
조금씩 다른 결의 마음을 지닌 채
어제보다 더 깊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빛은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문다.
아무 일도 없었던 날들 위로
은은하게 내려앉는다.
그리고 그 빛은
당신이 오늘도 살아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