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이연 09화

빛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문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루를 살아낸 당신에게

by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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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원을 그리며 도는 바퀴 같다.


끝없이 돌고 또 도는 하루.


아침은 늘 비슷한 시간에 오고,

커피는 같은 잔에 따르며,

저녁은

익숙한 그림자와 함께 스민다.


그렇게 한 날이 저물고,

또 한 날이 밝는다.


예전에는 그것이 싫었다.

언제나 똑같은 하루가

나를 어디로도 데려다주지 못할 것 같아

애를 쓰며 바깥을 향해 뛰어보았다.


하지만,

달리던 발끝이 멈추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계절이 변하는 건

크게 흔들리는 바람 때문이 아니라

작고 꾸준한 공기의 결 때문이라는 것을.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드라마틱한 무엇이 아니라

‘오늘도 무사히’

그 말 한 줄을 마음에 꾹 눌러 담으며

하루를 지켜낸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을.


무너지지 않은 건,

강해서가 아니라

작게라도 매일 나를 일으켜 세웠기 때문이었다.


같은 자리를 돌면서도

그 안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해낸

조용한 용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무는 것 같아 보여도,

우리는 매일

조금씩 다른 결의 마음을 지닌 채

어제보다 더 깊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빛은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문다.


아무 일도 없었던 날들 위로

은은하게 내려앉는다.


그리고 그 빛은

당신이 오늘도 살아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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