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억으로 남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을 바라보며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을 감으면
어린 날의 조각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바람이 나를 스쳐가듯,
내 마음도 스산하게 흔들렸다.
고여 있던 감정이
끝내 버티지 못하고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나는 오래도록 흔들렸구나.
마음을 채우지 못해
참 많은 밤을, 많은 낮을
그저 버텼다.
그러다 문득,
바람에 내 마음을 흘려보냈다.
그 수많은 밤의 외로움,
한낮의 차가움,
그리고 별을 벗 삼아
혼자였던 나를, 나는 천천히 조각해보았다.
시간은 언제나 일정하게 흐른다지만
우리를 둘러싼 거리들은 달라져 있었다.
어떤 날엔
그림자의 짝이 너인 것 같다가도
결국, 그 그림자는
오직 나 혼자만의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서로를 안아주려 했던
따뜻했던 체온,
소리 하나하나.
그 모든 것은
지워지지 않는 지문이 되어
내 안에 남았다.
애써 비워내려 한 마음,
그렇게 결국엔
홀로 남아졌다.
너의 빈 자리를
나는 어디에 기대야 할까.
돌아오는 길에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 길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이고,
그저 여백을 남긴 채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내가 살아질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여백이, 그 기억이
나를 또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잊히는 것,
살아지는 것이
꼭 답이 아니었다.
때로는
남아 있는 것들이
우리를 기억하게 한다는 것을.
그렇게
다시는 돌아올 것 같지 않았던 계절들이
돌고 돌아
또 나를 살게 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해주었다.
다시 살아가야 한다고.
너라는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