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이연 14화

수요일은 망설임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한 주의 중심에서 나는, 중심을 잃는다

by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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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은 망설인다.

가야 할 방향이 맞는지,

벌써 피곤하다는 말을 꺼내도 되는지.


일주일의 허리를 지나며

나는 하루치의 나를 한 번쯤 되감는다.


월요일엔 의지가 있었다.

화요일엔 약간의 박차도.

그런데 수요일, 오늘만큼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자꾸만 목 끝에 차오른다.


바쁜 시간표는 그대로인데

몸의 속도가 따라주질 않는다.

생각은 멀리 달려가는데

감정은 아직 화요일 한가운데를 맴돈다.


수요일은

하루치 감정이 밀물처럼 들어와

무릎 아래를 적시고,

나는 물가에 앉아

‘왜 이렇게 지치는 걸까’

혼잣말을 주워 담는다.


기대하지 않았던 친구의 문자,

따뜻한 차 한 모금,

해가 뜨거웠다 차가워진 창문 손잡이.


그런 아주 작고 쓸모없는 것들이

오늘은 유독 나를 구한다.


'잘 살아야지'가 아니라

'버티고 있구나, 나'

그 한마디에

오늘은 마음이 젖는다.


수요일은 그런 날이다.

어디로든 향할 수 있고,

어디서든 무너질 수 있는

경계 위의 하루.


하지만 그런 날들이

생각보다 오래 기억된다.

내가 나에게 미안했던 날,

그래서 더 다정해지고 싶은 날.


그렇게 나는,

무너지지 않을 만큼만 부드럽게.

조금은 엉망이어도

충분히 괜찮은 얼굴로

이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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