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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칸 Oct 06. 2022

삶이 주는 기쁨

내게 주어진 이 삶이

삶이 주는 기쁨을 누리며

슬픔과 고뇌 속에서 견뎌온 지난날들을 회상하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너무 바빠서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제일 먼저 변화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평생 가족들과 회사 그리고 책임감으로 얼룩져 미쳐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한 후회이다.

옛말에 부모도 oo을 먹을 줄 알고 즐길 줄 알고 입을 줄 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단지 자식들을 위해 자기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인내하고 있었을 뿐이다.

나 또한 그랬다. 나는 평생 나를 위해 좋은 옷 , 좋은 음식, 좋은 구경들을 하지 못하고 살았다.

우리 인생 100년을 두고 보았을 때, 내 나이 이제 갓 반을 넘었는데 말이다.

아마, 나보다 더 연세가 드신 분들은 이 말에 무척이나 공감할 것 같다. 

나는 지독한 우울감과 자신감 부족으로 늘 누군가에게 나의 인생을 의탁하면서 살았다.

내게 없는 사랑을 주려니 벅찼고, 어떻게 부모가 되는지 배우지 못해 실수투성이로 아이들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경험하게 했다. 그 대가로 나는 죽음을 넘나드는 육체적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내게 주어진 환경과 상황이나 일의 무게가 아닌 나 스스로 갖는 죄책감으로 인해 무수히 많은 날들을

헤매어야 했다. 그런 상처투성이이고 아집이 강했던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리의 삶은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자기 존중감이 지극히 바닥이었다.

스스로 자기 삶에 자립성이 떨어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 인생을 누군가에게 담보 잡히듯 

살지 않았을까 싶다. 혹, 누군가 지금 그러니 계시다면... 잠시 멈추어 자기 자신을 대면하길 바란다.

내 나이 스물세 살. 꽃다운 나이에 나는 첫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자마자 첫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그 아이와의 10개월간 마음의 대화를 하면서

태교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예쁜 딸아이를 낳아서 무엇이든지 내 손으로 해 주고 싶은 마음에

나는 정성껏 아이를 키웠다. 엄마가 되는 설렘 가득 안고 시작한 초보 맘 육아였다.

나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이라 잘 살려고 무단히 애썼다.

그 애씀이 무색할 만큼 없는 형편에 둘째 아이가 생겼다. 연년생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난 정신이 없었다. 그 둘째를 낳고 나는 결국 이혼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첫 선택조차 잘 못 되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자식을 떼어 놓은 어미의 슬픔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술과 담배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편견들에 휩싸이지 않으려고

나는 나를 바르게 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훗 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려고 했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 홀로서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면 탐구를 시작했다. 

도대체 인간이 무엇이고 , 인생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 나에게 신기루처럼 다가온 [단학]을 통한 기수련 , 기체조, 명상 등을 통해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여행을 시작했다. 단학에서 지도자 과정을 밟아 가면서 나는 인간의 두려움을 벗어나는 극기훈련을 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고 죽는다. 

삶과 죽음은 동전에 양면성과 같다. 삶과 죽음을 대하는 나의 마음에 따라 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미리 쓰는 유언장은 나의 인생을 한 번 정리해 보는 좋은 기회다. 이것은 누구나 한 번쯤 시간을 내어 

써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한 번 유언장을 작성해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음을 경험하는 관속 체험.... 이 작은 체구가 들어가 문을 닫고 깜깜한

어둠을 대하는 그 체험은 나를 숙연하게 했다. 

오늘. 아니 내일.. 아니 언젠가 죽는다는 것은 당연한데 지금 내가 죽는다고 했을 때 과연 무엇이 가장 

후회가 될까? 한 번 자문해 보길 바란다. 상상만으로도 아찔 할 것이다. 

그때 그 경험은 내가 삶이 주는 기쁨을 받아들이게 되는 시초가 되었다. 

나는 그 이후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스물일곱이 되어 나는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기 시작했다.

노래방을 가도 노래 한 곡 못 부르던 내가 영어 팝송을 부르게 될 줄 알고, 적어도 유행가도 따라 부르게

되는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말없이 의기소침하고 수줍어하던 나에서 어디서든 "저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대신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것에

해답을 찾아가면서 나의 삶을 살아가는 연습을 했다. 나는 지금도 연습 중이다.

지나간 과거를 슬퍼하고 아파하지 않고  다가오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면서 지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삶이 주는 기쁨은 매 순간 내 인생에 펼쳐져 있었음을 이제는 안다. 

내게 주어진 이 삶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확신한다. 

그러기에 하루하루가 나는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나는 지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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