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었잖아. 내 마음 죽인 거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었다.
정말 미안하단 한마디든,
아니면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라도.
차라리 욕이라도 했으면
그건 감정이라고 믿을 수 있었을 텐데.
근데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나를 더 미치게 했다.
“그럴 수 있지”도,
“내가 그땐 잘 몰랐어”도 없이,
그냥 조용히 사라져서
내 모든 감정의 무게를
나 혼자 감당하게 만들었다.
나는 계속 떠올렸다.
“혹시 내가 너무 예민했나?”
“내가 먼저 잘못했나?”
“내가 이상했나?”
네 한마디가 없어서
내 감정 전체가 의심받기 시작했다.
근데 아니야.
내가 틀린 게 아니었어.
너의 침묵이 잘못된 거였어.
그건 도망이었고,
무책임이었고,
나를 무시한 가장 조용한 폭력이었어.
미안하단 말보다
그 침묵이 더 나를 아프게 했다.
지금도
그 말 없던 날을 생각하면
내가 너무 작아지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이제는 말한다.
나는 잘못한 게 없었다고.
상처를 준 건 말이 아니라,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너였다고.
나였으면 아무 말이라도 했을 거야 변명의 사과든.
근데 결국은 너 자신의 합리화 변명이었고 사과는 어디에도 없었어.
“장마 시작이다, 이제는 개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