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내가 평소에 당연하게 여기던 한국의 여러 측면을 새롭게 보게 됐다. 그가 한국의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기해하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때마다, 나도 내가 속한 이 나라를 낯선 눈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한국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으로는 북한과 맞닿아 있어 거의 섬나라와 같아 차나 기차로는 국경을 넘을 수 없고 무조건 비행기로만 출입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여겼다. 한국인으로서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이 점이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며, 한국의 공항 시스템과 까다로운 입국 절차가 사회 부적응자나 마약 중독자의 유입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솅겐 협정으로 인해 국경을 자유롭게 넘을 수 있지만, 이는 사회 부적응자들의 유입에 손을 쓸 수 없고 범죄자들이 도망가거나 불법 활동을 할 위험을 높인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특성이 한국이 여전히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일지도 몰라!"라며 의미심장하게 하는 그의 말에 나도 생각이 깊어졌다. 그의 신선한 시각 덕분에, 익숙했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아직 비교적 순수한 우리 사회가, 과연 오래도록 변하지 않고 남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편 남자친구는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조금 무심한 것 같다고 느꼈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외국인을 보면 인사도 하고 말을 걸기도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걸 거의 보지 못해 살짝 섭섭했다고 했다. 나는 웃으며 "그건 아마 영어 울렁증 때문일 거야!"라고 답했다. 사실 나도 한때 외국인만 보면 피하고 싶을 때가 있었으니까! 지금은 외국인이 길을 헤매고 있으면 "혹시 도와드릴까요?"라며 오지랖을 넓히지만, 그때는 겁부터 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한국 사람들이 무심한 게 아니라 영어를 잘 못해서 말을 거는 걸 망설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듯했다. 이 대화를 나누면서 '문화 사대주의'라는 단어가 문득 떠올랐다. 다른 나라의 문화가 우리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말하는데, 한국에서 '영어'가 약간 그런 것 같았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우리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항상 싸워 왔고, 단일민족 국가임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라는 외국어가 우리의 생활 안에 자연스럽게 많이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영어 교육 열풍은 물론 무수한 영어 이름 간판들, 영어 메뉴들 그리고 콩글리쉬 단어들 까지.. 한국에 온 외국인에게조차 한국말이 아닌 영어를 써야 한다는 묘한 강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한국말 쓰는 게 당연한데도 말이다. (나도 그랬다.) 물론 글로벌 사회에서 국제 언어인 영어를 잘하는 건 분명 큰 이점이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어와 우리의 문화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의 자부심을 어떻게 지키며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고심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남자친구가 한국생활을 하면서 첨단 디지털화와 IT 인프라의 힘을 제대로 실감했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특히 지하철 안에서도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지는 걸 보고는 "이거 진짜 세계 어디에서도 못 본다!"며 눈이 휘둥그레져 감탄했다. 심지어 결제 시스템부터 병원, 관공서까지 모든 게 마치 무슨 마법처럼 일사천리로 돌아가는 걸 경험한 후에는 완전히 한국의 시스템에 반해버렸다. 한 번은 갑자기 남자친구가 목이 너무 뻐근하다고 해 병원에 갔던 일이 있었다. 독일에서는 병원 예약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는데, 한국에서는? 딱 한 시간 만에 접수, 진찰, 엑스레이, 결과 확인, 수납까지 완벽하게 끝내버렸다. 그가 입이 떡 벌어진 채로 "이게 실화야? 독일에선 병원 가려면 도시락 싸들고 가야 할 판인데, 여긴 그냥 드라이브스루 진료 수준이잖아!"라고 말하는데, 그 당황스러운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결제 시스템? 그는 한국에서 지갑을 거의 봉인해 버렸다. 왜냐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결제가 착착 이루어지니까 말이다. 독일에서는 여전히 현금만 받는 식당이나 카페, 택시가 많아서 항상 주머니에 현금을 챙겨야 한다며 불편해하던 그였지만, 한국에서는? '현금? 그게 뭐야? 먹는 거야?' 하며 잊고 살 정도였다. 심지어 관공서 업무까지도 온라인으로 몇 번의 클릭만으로 척척 해결되는 걸 보고는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왔단다. 서류 발급, 세금 납부, 민원 신청까지? "이건 진짜 다른 나라들이 두 눈 뜨고 배워야 할 시스템이야!"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독일에서는 여전히 우편으로 관공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 비효율성에 한숨을 푹 쉬더니, '독일에서는 정말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는 거 같아.. 어서 빨리 디지털화가 되어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 이 모습을 보며,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 문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런 효율성과 속도 덕분에 우리나라의 인프라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가끔은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나라들보다도 어떤 면에서는 더 빠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확실히 있다. 따라서 이런 점들이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야 할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한국의 안전함에 대해 남자친구가 받은 감동은 정말 대단했다. 어느 날,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다가 나를 데리러 급하게 나왔는데, 내가 "노트북 가방은 어디 있어?’라고 물어봤더니, 그제야 가방을 카페에 놓고 온 걸 깨달았다. 당황한 그는 헐레벌떡 카페로 달려갔고, 나는 "천천히 가도 돼, 그대로 있을 거야"라고 했지만 그의 얼굴은 '그게 정말 가능해?'라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카페에 도착해 보니 그 가방이 원래 있던 자리에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그는 "이게 말이 돼? 외국에서는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해!"라며 충격을 받았다. 내가 한국의 잘 발달된 CCTV 시스템 덕분이라고 설명하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와, 진짜 너무 효율적이고 좋은 시스템이네!"라며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 올렸다. 개인적인 자유를 중시하는 독일에서는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 시스템은 꿈도 못 꾼다고 했다. 그는 "독일에서 이런 걸 시도하면, 프라이버시 침해라며 난리가 날 거야"라고 말하는데, 진지하게 말하면서도 약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이 웃기기도 했다. 확실히, 자유와 안전 사이에서 나라별로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또한, 그는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이 집 앞에 덩그러니 배달돼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며, "이렇게 마음 놓고 살 수 있다니, 정말 편하다!"라고 감탄했다. "유럽에서는 택배가 문 앞에 몇 분만 있어도 없어질 텐데, 여긴 진짜 다르네!"라며 한국의 치안과 국민성을 거듭 칭찬했다. 그리고 밤늦게 혼자서 거리를 걸어도 큰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고 했다. 이런 안전한 환경이야말로 한국 생활의 큰 장점 중 하나라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이렇게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들이 사실은 얼마나 귀한 것인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마다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게다가, 남자친구는 한국의 첨단 디지털 생태계를 보고 완전히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는 세계의 대부분이 검색엔진은 '구글', 메신저는 '왓츠앱'이나 '라인', 쇼핑은 '아마존'에 의존하는 반면, 한국은 독자적인 디지털 왕국을 구축하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네이버'와 '다음' 같은 검색엔진을 써서 정보를 찾고,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한국의 독자적인 온라인 쇼핑 세계도 굉장히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한국에는 '쿠팡', '네이버쇼핑', '11번가' 등 여러 쇼핑 플랫폼들이 존재하며, 한국 소비자들은 마치 쇼핑의 장인처럼 모든 옵션을 비교하고 고르는 데 아주 능숙하다. 심지어 한국의 햄버거와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외국 브랜드와 당당히 경쟁하며, ‘엄청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브랜드들이 외국 브랜드와 싸워 이기는 걸 보니까, 이곳의 디지털 혁신이란 정말 대단한 거 같아!"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외국에 의존하지 않는 이런 독립적인 시스템이야말로 한국의 진정한 저력이자 숨은 힘이라고 감명 깊게 말했다. 그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구축한 시스템이 한국의 진정한 강점이라는 점을 새삼 느꼈다. 남자친구 덕분에 한국의 자립성과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 어떻게 세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의 문화 파워, 즉 K-pop과 K-drama가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었다. 남자친구는 "요즘엔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어!"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말이 맞다는 걸 나는 외국 여행 중에 실감했다. 한류 열풍 이전에는 "한국에서 왔어요"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한국??'이라며 의아해했지만, 이제는 "오, 강남스타일! BTS!"라며 눈이 반짝이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었다. 어느 날 인터넷 뉴스를 보던 남자친구가 말했다. "BTS가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했다는 거 알고 있어? 그 연설에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는데, 정말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어. 그 덕분에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도 많이 높아졌을 거야!" 그의 말대로 BTS의 이러한 행보는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세계인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선사하고 다양한 국가와의 문화적 교류를 촉진했다. 게다가 BTS가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외화 수입은 막대하며, 이는 한국의 GDP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BTS의 세계 투어, 음반 판매, 굿즈, 광고 계약 등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큰 몫을 하고 있고 이로 인해 한국의 문화와 관광 산업이 활발해지고, 세계 각지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국가의 경제적 이익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BTS의 글로벌 성공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다른 한국 아티스트와 콘텐츠들이 세계 무대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넓히고 있다. 이렇듯 강력한 문화 파워는 국가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향상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과 외교적 영향력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 문화의 힘이 국가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새삼 실감하며,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점점 더 두드러진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깊은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친구는 호기심이 왕성하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서, 특이한 사람이나 신기한 광경을 보면 뚫어지게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나는 가끔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으니까 좀 자제하라"라고 조언하곤 했지만, 그의 관찰력 덕분에 나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번에도 그가 한국의 특성과 편리함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정말 살기 좋은 나라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라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장점이 훨씬 많은 나라인 것 같았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고, 그런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그동안 우리나라에 대해 불평만 하면서 살았던 건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다. 이제는 주어진 환경에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보고, 그 속에서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외쳤다. "사뢍해요! 대한민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