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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현 Jul 18. 2023

사포 단편 5 (Sappho fr5)

단편 5   



오 네레우스의 바닷속 따님들이여, 저의

오라비가 무사히 이리로 돌아오게 하시며,

그의 마음이 바라는 것 무엇이든

채워지게 하소서.  


또 그가 옛 잘못을 바로잡아

벗들에게는 기쁨이 되고

적들에게는 슬픔이 되길, 누구도 다시는

우리를 괴롭히지 못하길.  


그가 자기 누이에게 합당한 명예를

선사하길 원케 하소서. 끔찍한 슬픔으로부터

(…) 예전의 고통 속에서

[                    ]  


(…) 수수 씨앗 박동 들으며

(…) 사람들이 비난하고

절대로 (…) 다시는 무엇도

오랫동안  


그리고 (…) 당신께서 알아보신다면 (…)

(…) 당신, 축복받은 퀴프리스여,

따스한 마음을 드러내 주시고, 악에서 (…)

[                    ]   



※ Reproduced with permission of the Licensor through PLSclear.

※ Rayor, Diane J., trans. & ed. Sappho: A New Translation of the Complete Work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nd ed. 2023. Introduction and notes by André Lardinois.


아들 아킬레우스에게 방패를 주러 가는 테티스와 그의 자매들(네레이드)을 묘사한 도기(일리아스 제18~19권 참조)(BC 350 경). 바다 여신들답게 돌고래, 해마 등을 탔다.

(Pottery: red-figured bell-krater, CC BY-NC-SA 4.0, ⓒ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note>


자신의 오빠, 혹은 남동생의 무사귀환과 개과천선을 기원하는 내용의 노래다. 역사가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사포의 형제들 중 "카락소스"라는 이가 있었는데, 이집트의 매춘부 로도피스에게 푹 빠진 나머지 막대한 돈을 들여 그를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주었지만 로도피스는 매춘부 생활을 그만두지 않았고, 이 때문에 사포가 노래를 지어 자기 오라비를 꾸짖었다고 전한다. 사포의 다른 단편에서 "도리카"라고 부르며 비난하는 여성이 바로 이 로도피스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지어졌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비난보다는,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리고 무사히 제 자리로 돌아오길 기원하는 누이의 걱정스런 마음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다른 한편으로, 오라비의 철없는 말썽 때문에 자신의 명성이 깎일 것을 염려하는 시구를 보면 역설적으로 당시 여성 시인으로서 사포가 누렸던 명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 노래는 특정인물의 이름을 명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사포 개인의 가정사 이야기가 아니라 보다 일반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작품일 수도 있다. 즉, 해상활동이 활발했던 레스보스를 비롯한 여러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바닷길 떠난 오라비의 안녕을 기원하는 여성들의 마음 전체를 담아 위로하는 노래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 "네레우스의 바닷속 따님들" : 네레우스는 바다의 신으로서 오십 명의 딸을 두었는데, 이들을 "네레이드"라고 한다.  그들 중 한 명이 바로 저 유명한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다. 뱃사람들은 네레이드에게 바닷길의 안전을 기원했다.


* "수수 씨앗 박동 들으며" : 정확하게 해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말린 수수 씨앗이 담긴 호리병에서 나는 소리를 뜻한다고 추측하기도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고 한다.


* "벗들에게는 기쁨이 되고 적들에게는 슬픔이 되길" : 고대 희랍의 흔한 인삿말이자 덕담이었다고 한다.


* "퀴프리스" : 아프로디테의 별칭. <단편 2> note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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