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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 Sep 11. 2023

내 삶을 이롭게 해주는 도구에 대해서


일요일 오전 여덟 시.


일주일 전 신청해 놓은 온라인 줌 모임에 참석하려 부랴부랴 머리를 매만졌습니다. 아침에 살짝 몸살 기운도 있어 하지 말까 하고 잠시 고민하는 사이. 에라 모르겠다며 부스스한 머리로 수업에 참석했습니다. 한쪽 머리칼은 혼자만 바람이라도 맞은 듯 멋지게 휘날린 채로 의자에 앉았지요. 저와 한 분 더. 딱 두 명, 수업에 참여했는데요. 좋았어요. 질문받고 답하고 실습하는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받은 내용은 싱크 와이즈의 마인드맵을 작성하는 무료 수업이었습니다. 혼자서 동영상을 보고 열심히 따라 해봐서 그런지 수업 듣는 게 어렵진 않았습니다. 강사님께서도 쉽게 잘 설명해 주시고요. 싱크 와이즈를 실행해서 마인드맵 만들기 실습을 함께 하니 혼자 할 때 잘 모르겠던 것들을 좀 더 선명하게 알 수 있었어요.


다른 것보다 강사님이 싱크 와이즈라는 도구를 대하는 태도가 저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작업을 유용하게 도와주는 것이 어디 있냐며 말하시는데 저는 꼭 감탄사처럼 들리더라고요. 의무적으로 하는 강의가 아니라 진실로 내가 좋아 당신에게 건네고 싶다는 그런 인상을 받으니 싱크 와이즈라는 것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생각도 많고, 잊어버리기도 잘하는 저는 3p 바인더를 사용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아직까지 직장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하루의 일과를 스스로 짜야만 합니다. 낮에 소속된 모임도 없고 운동도 혼자 하고 있어요.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시간을 어떻게 쓸지 모르겠다는 막막함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몇 년을 이렇게 살아와서 저의 일상에는 루틴이라는 것이 생겼는데요. 그 일상을 당연하다 생각했지, 일상을 내 의지로 경영하겠다는 생각을 해보진 못했습니다. 그런 제게 다이어리가 체계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줘요.



처음 3p 바인더를 구매하기 전에 이걸 계발하신 강규형 선생님의 한마디도 저를 움직였여요. 나만의 개인비서라고. 3p 바인더가 나의 개인비서가 될 것이라는 그 말이 왜 그렇게 의미심장하던지요. 정말 지금, 저에겐 개인비서 못지않은 일을 다이어리가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당연하게 했던 집안 일과 육아에 관련된 것들을 업무라 생각하고 해내고 있지요. 일정을 마무리하면 성과를 냈다는 생각으로 내게 차 한 잔을 대접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하지요. 혼자 보내며 흔들리는 일상도 잦지만 3p 바인더가 중심에 서서 그 공백을 충분히 메워주고 있습니다.





외롭거나 우울감이 찾아 들 때는 명상을 합니다. 예민함이 주된 저의 기질이기도 하기에 저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생각이 꼬리를 물기도 그래서 잠을 설치는 날도 있어요. 그렇게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마보라는 앱을 통해 명상을 합니다. 주의력이 부족해서 긴 명상은 어렵고, 3분이나 2분 내외로 명상을 합니다. 고 짧은 시간 동안 가이드님의 음성에 따라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도 일상에 충분한 기운을 불어 넣습니다. 감정이 복받쳐 오를 때 이걸 터뜨리기에 안전한 상황이 아닐 때, 명상의 호흡은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숨을 고르며 내가 진정되는 경험을 하니 버거운 순간이 올 때마다 명상이라는 도구의 힘을 빌리는 것 같습니다.



또 예민한 저는 자주 지치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는 향기의 도움도 얻습니다. 아로마 오일을 접할 수 있는 곳이 집 근처에 있어요. 거기서 여러 향이 조합된 오일을 구매하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레몬 오일을 하나 사서 직접 차를 타 마시고 오일 한 방울을 손에 떨어뜨려 향을 음미하기도 해요. 오렌지, 레몬 계열의 향은 저와 참 잘 맞는 것 같아요. 상큼함을 코로 들이키면 무채색의 감정에도 생기가 오릅니다. 그렇게 발랄해진 마음으로 일상을 맞습니다.









저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입니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냐만 저는 제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을 치던 사람이었어요. 주의 산만하고 잘 잊어버리고 충동적이며 끈기가 없습니다. 예민한 태도로 주위의 불편도 사고 제 자신이 피곤한 날들을 보낼 때도 많았습니다. 그 기질들은 지금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일상은 예전보다 더 편안하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어제 마인드 맵 수업을 들으며 강사님이 하신 이야기가 내게 콕 와닿았습니다. 싱크 와이즈가 작업을 이롭게 해주는 도구이듯 기록하고 명상하고 향을 음미하는 이런 내 습관들이 나를 이롭게 해주는 도구라는 것을 말이죠. 그 도구들이 부족한 나를 대신해 이끌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때론 보듬어 준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제 강의를 해 주신 강사님의 감탄사를 듣다 보니 참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일상을 보듬어 주는 도구로 어떤 것을 지니고 계시나요. 매일 반복되는 것이라 소홀하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주는 위안은 생각보다 클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음악을 듣는 것, 다른 이에게는 컬러링 색칠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다른 누군가에게는 카페에서 마시는 알싸한 커피 한 모금일 수도 있겠네요.



당연함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다 보면 순간이 감사해집니다. 그 순간에 집중하게 되지요. 그렇게 나만의 도구를 가지고 일상을 힘차게 살아갈 힘을 내시길 응원합니다.

저도 저의 도구를 더욱 소중히 대하렵니다. 부족한 나를 도와 이끌어 주는 그들의 존재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더불어 그 도구들을 만들어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그럼 평안한 오후 되세요.











© minasan,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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