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숲 일기 / 에세이
이곳은 텃밭 세상이다. 아파트 단지 둘레에는 수많은 텃밭이 있다. 주말에는 온 가족이 출동해서 하루종일 그곳에서 땀을 흘린다. 텃밭마다 크기도 다르지만, 다양한 채소를 심은 곳은 농장 같은 모습으로 변신해 있다. 긴 겨울잠을 깨고, 봄이 지나면서 텃밭도 기지개를 편지 오래되었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는 텃밭에서 재배한 상추로 고기를 구워 먹는지 그 냄새가 진동하여 들개와 길고양이들이 정신을 못 차린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농촌이다. 모내기가 끝나고 논에 물이 가득 차 있다. 벌써 모들이 물속에서 성큼 올라와 있는 모습이 올해도 대풍이 들 것 같다. 텃밭도 농촌과 공생한다. 논에 물대기할 때 사용하는 수로를 따라 텃밭이 있어서 큰 텃밭은 양수기를 동원하여 물을 사용하고 있다. 처음 입주 했을 때 농부들과 잦은 마찰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웃이 되어 가끔 그들에게 텃밭 가꾸기를 배우고 있다.
아내는 여기저기서 얻어 온 상추를 가져오면서, 금상추를 산지에서 따서 직접 먹을 수 있다고 입이 함지박만큼 커진다. 상추의 효능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데, 상추 가지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주변에서 주는 채소로 반찬을 만들어 보답하면서 음식 솜씨도 늘었다. 처음 이곳에 이사 오면서, 고립무원(孤立無援)이라고 어떻게 사냐고 탈출을 꿈꾸던 아줌마가 텃밭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