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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수 Aug 22. 2024

23화. 회전교차로

한숲 일기 / 에세이

  오래전 처음으로 영국 출장을 가서 당혹스러웠던 것은 우측 핸들과 회전교차로(Roundabout)였다. 우측 핸들은 주로 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자주 봤던 터라 익숙했지만, 막상 직접 운전을 해보면 도로 가운데로 가는 경향이 있다. 회전 교차로는 원형 광장이 많은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자동차가 나오기 이전 마차 시절부터 쌓여온 도로 문화로, 유럽에 분수가 발달한 것도 이러한 도로 형태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처음 한숲으로 이사 왔을 때, 교차로가 매우 불편했다. 출근 시간에 대기하는 차량이 길어지면서 2.3단지의 교차로가 밀렸다. 가끔 2단지 뒤쪽 사잇길로 다니기도 했지만, 불편함은 짜증을 유발했다. 민원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2.3단지 들어오는 입구부터 회전교차로가 연속으로 세 군데에 설치되었다. 처음에는 통행 방법을 알면서도 익숙해 보이지 않은 상대 차량의 눈치를 살폈다. 가끔 접촉사고 차량을 보면서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운전을 했다.

      

  회전교차로는 신호등이 없어 전기요금 등 유지비가 적게 들고, 불필요한 신호대기가 없어서 차량의 흐름이 원활해 교통량 체증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신호대기가 없어 자동차의 공회전 감소로 에너지도 절약뿐 아니라 친환경적인 면에서 좋은 것 같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있는 회전교차로의 높은 대형 가로등은 밤에 멀리 오면서 보면 집에 다 왔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 준다. 회전 교차로 내에 원형 녹지로 접어들면서 속으로 ‘오늘도 무사히’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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