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단상(斷想)

꽁트

by 김창수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현태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다. 현태는 삼십 중반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10여 년 전 어느 카페에서였다. 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했던 현태는 음악에 심취해있었다. 그는 카페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곳은 그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어떤 날은 몇 사람만이 그의 노래를 듣고 있었으나 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내가 카페에 들어서면 그는 노래를 부르면서 눈인사를 했다. 나는 그의 노래를 즐겨 듣는 팬으로 가까워지면서 어느덧 그의 음악세계로 빠져들었다.


“신랑입장!”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식장으로 들어오던 현태는 시선을 한곳으로 멈춘다. 단상에 켜있던 촛불이었다. 야회에서 열리는 식장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그 빛이 유난히도 붉게 빛나고 있다. 그는 잠시 먼 하늘을 바라본다. 찌푸린 하늘에는 짙은 뭉게구름이 저 만치 흘러가고 있다. 단상 앞으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현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에 잠긴다.


나는 현태가 노래 부르는 카페에서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여기 앉아도 되나요?”

한 여자가 내게 다가와 다소곳이 물어봤다. 그날은 자리가 모자라 그녀와 합석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현태의 노래에 도취 되어 있었고, 나는 그녀와 아무런 말없이 그녀의 그런 모습을 가끔씩 쳐다보았다. 그녀의 손놀림과 얼굴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현태의 노래 소리는 내 귓가에서 윙윙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현태의 노래가 끝나자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무엇에 홀리듯이 그녀를 쫒아갔다. 그녀에게 끌리듯 나는 그녀와 사귀게 되었다.

현태가 하객들에게 그녀와 같이 인사를 하다 내 눈과 마주친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잠시 머뭇거린다. 나는 현태를 보는 척 하다 신부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녀는 현태의 얼굴만 바라보며 쑥스러워한다. 카메라의 줌이 댕겨지면서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내 앞으로 나타나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한다.

“신랑, 신부 행진!”

주변에서 들려오는 박수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나는 그들이 걸어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예식을 마치고 걸어 나오면서 그녀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떠올렸다.

“오빠! 나 현태 씨와 결혼해요.”

그날도 오늘처럼 찌푸린 하늘에 짙은 뭉게구름이 저 만치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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