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단편 3
막다른 골목인 북(北) 리치몬드 가(街)는 ‘크리스천 형제 학교‘에서 아이들을 풀어줄 때 빼고는 조용한 거리였다. 사람이 살지 않는 2층짜리 집이 거리의 막다른 끝에 이웃하는 집들과 떨어진 채로 서 있었다. 거리의 다른 집들은 안에 품은 소박한 가정들을 의식한 채로 서로 차분한 갈색 얼굴을 한 채로 마주보고 있었다. 이전 집주인은 성직자였는데, 뒤편 응접실에서 죽었다. 모든 방의 공기는 오랫동안 갇혀 있어 퀴퀴한 냄새를 풍겼고, 주방 뒤의 버려진 방에는 낡은 쓸데없는 종이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맨건의 누나가 차를 마시라고 남동생을 부르려고 문간에 나올 때면, 우리는 그늘에 숨어 그녀가 거리를 위아래로 둘러보는 것을 쳐다보았다. 우리는 그녀가 계속 기다릴지 아니면 들어갈지 확인하려고 기다렸고, 만약 계속 기다렸다면 그늘에서 나와 포기한 듯이 맨건네 계단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뒤에서 반쯤 열린 문에서 나오는 불빛에 의해 실루엣이 보이는 채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남동생은 누나 말을 따르기 전에 항상 누나를 괴롭혔고, 나는 난간에 서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몸이 움직이면서 드레스도 함께 하늘거렸고,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좌우로 흔들렸다.
매일 아침 난 거실 앞쪽에 엎드려 그녀의 집 문을 쳐다봤다. 블라인드는 밖에서 내가 보이지 않도록 1인치 정도만 남기고 내려져 있었다. 그녀가 문밖으로 나오면 내 가슴은 설렜다. 나는 현관으로 달려가 내 책을 집어 들고는 그녀를 따라갔다. 난 항상 그녀의 갈색 머리를 내 눈 안에 두고 있었고, 우리가 갈라서는 지점에 가까워질 때면 발걸음을 빨리해 그녀를 지나쳤다. 이 일은 매일 아침마다 일어났다. 단순한 몇 마디 섞어본 것 외에는 그녀와 말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으나, 그녀의 이름은 내 모든 멍청한 피를 끌어 모으는 듯했다.
나는 더 이상 있는 것이 무의미하단 것을 알면서도 물건들에게 조금이라도 정말로 관심을 보이는 척하려고 그녀의 가게 앞에서 서성거렸고, 천천히 돌아 바자( Bazaar) 한가운데로 걸어 내려갔다. 나는 주머니 속에서 1페니 동전 두 개를 6펜스 동전에 떨어뜨렸다. 회랑 한쪽 끝에서 소등한다는 말소리가 들렸다. 이제 홀의 윗부분은 완전히 어두웠다. 어둠 속을 바라보며 나는 내 자신을 허영심에 의해 조종당하고 조롱당한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눈은 분노와 비통함으로 이글거렸다.
이제 홀의 윗부분은 완전히 어두웠다. 어둠 속을 바라보며 나는 내 자신을 허영심에 의해 조종당하고 조롱당한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눈은 분노와 비통함으로 이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