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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손잡고 1
12화
왜?
2024.03.19. 화
by
고주
Apr 13. 2024
두꺼운 거위 코트를 입었는데도 쌀쌀하다.
아주머니가 학원 홍보물로 제작된 노트를 나눠주고 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받아 가는 아이, 괜찮다고 받지 않은 아이.
호주머니에서 손도 빼지 않고 고개를 돌리는 아이.
저 세 뭉치가 다 떨어져야 일과를 마칠 텐데.
집에 계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싫더라도 받아줄 수는 없을까?
안에 줄이 없는 노트라며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신경을 곤두세우며 기다리는 목표물이 접근한다.
노트를 받아 들더니 고개를 끄떡이며 지나간다.
생각보다 강적은 아니었다.
은하철도 999 철이는 인성이 좋은 좀 별난 녀석이라고 판정한다.
본인이 학교에 오고 매년 2 반씩, 여섯 학급이 줄었다는 교장 선생님.
이 기회에 반당 학생 수를 줄이면 교사 수급이나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데 아쉽다는 내 말에.
과거 김대중 정권 시절에 대폭적인 교사 증원과 예산 증액이 있고 나서는 매번 말뿐이라며 열을 내신다.
내가 남쪽 사람이라는 걸 아셔서 양념을 팍팍 뿌리시는 것은 아니시다.
왜들 그렇게 말로만 국가와 민족을 위하시는지?
속는 바보들이 더 문제 아닌가?
새벽밥 먹고, 걸레로 쓸 수건까지 챙겨 와 열심히 닦았다.
창고에서 먼지를 덮고 잠자던 유리로 된 분실물을 전시할 서랍장.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부장님이 다시 광을 내고 신고받은 분실물들을 가지런하게 전시해 놓았다.
휴대폰이 3개, 시계, 이어폰.....
왜 가져가지 않을까?
조금만 어려우면 눈을 까뒤집는 흰 오늘은 잠까지 달고 있다.
어깨를 노크해 깨우니 온통 흰자만 보이는 눈.
무섭다.
혼자 다른 세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녀석.
밖에는 기어이 비가 온다.
오후에는 교육과정 설명회, 학부모 총회가 있는 날이라, 학교를 방문하는 차를 운동장으로 안내해야 하는 내 임무.
바람은 나뭇가지를 휘며 성을 내고 있다.
머리가 무겁다.
6반은 매우 활기찬 반인데, 꼭 따라오는 선을 넘는 몇.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피타고라스라는 분이 자기 자신을 뺀 모든 약수를 합한 것이 자신과 같아지는 수를 완전수라 했다.
12개까지 찾고 유명을 달리하셨는데, 지금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30개까지 찾았다.
마지막 숫자는 무려 13만 자리의 수이다.
1억이 9자리 수이니 얼마나 큰 수일까?
잠도 깰 겸 나름대로 열심히 뒤져 가져와 약을 한 참 팔고 있는데,
그것을 왜 찾아요?
찰랑찰랑 넘치는 막걸리잔을 확 차 버린다.
일단 숨을 크게 들이쉬고, 학자들이 꼭 이유가 있어야만 연구하는 것은 아니다.
음수가 200년 전까지는 필요 없는 수로 대접받았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의미라는 옷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란다.
간자미처럼 치켜뜬 눈.
왜 히말라야를 등반할까? 죽음을 무릅쓰고.
아무도 관심 없지만 가장 큰 완전수를 찾겠다는 각오로 인생을 던진 사람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대답해 줬으면 더 좋았을걸.
다음 시간에 그리 해볼까? 그러다 다시 헤집는 것 아닐까?
다음 시간 분위기 봐서 결정하기로.
자는 아이들이 없어서 좋기는 한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몇 관리가 중요하겠다.
순회 나간 최 선생님, 수업 중인 부장님을 기다린다.
운동장에도 나가보고, 시집을 펴놓고 졸고 있다.
뱃속에서는 꼬르륵 난리다.
함께라는 말에는 참는 것, 기다리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낙동강 오리알 되지 않으려면.
운동장에서 모래바람을 맞으며 차량주차 유도를 하다, 행사장으로 올라간다.
굳이 선생님 소개를 하겠단다, 부담임 선생님까지.
1시간 동안 리허설까지 하셨다니, 철저한 준비다.
학년 부장은 담임이 없는 것이 좀 특이하다.
전체적으로 남선생님이 3할 정도다.
차량은 꼭 11대 들어왔다.
주변이 아파트단지라 대부분 걸어서 오신 것이다.
30분이 훨씬 더 지났는데 나타나신 분들도 제법 된다.
교육과정이야 몰라도 되고 담임 선생님은 뵙겠다는 계획.
함께 중책을 맡은 지킴이 어르신이 빨리 학교를 리모델링해야 한단다.
주차장은 모두 지하로 넣어야 한다고.
차량 사이로 아이들이 다니는 것은 안전상 안 된다신다.
글을 쓰시는 분이라 그냥 흘려 보지 않으신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친구 명의에게 주사를 맞고 돌아오는 길.
가만히 있으면 모르겠다고 위로는 하지만, 웃기나 하면 바로 찌부가 되는데.
빨리 지나가라, 지겨운 꽃샘추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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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신으로 모시는 고주망태입니다. 36년의 교직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이제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 싶은 영원한 청춘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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