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조퇴를 하였다. 나는 원래 스트레스를 받으면 두통이 오는 스타일인데 어제는 나한테 엄청 버거운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3교시 끝나고였다. 우리반의 오지라퍼 oo이가 내 옆에 와서 서있었다. oo이가 내 옆에 서있다는 것은 내게 뭔가 이를 것이 있다는 뜻이다.
나는 oo이가 내 옆에 서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또 무슨 얘기를 하려고.... 흐하....'
나는 약간 딴청을 피우다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물어봤다.
"어~ oo아~ 무슨 일 있어요?"
그러자 oo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귓가에 다가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마..무서워..)
"선생님.....제가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요...." (나는 oo이가 이렇게 목소리깔고 엄숙하게 말할 때마다 엄청 긴장된다....)
oo이는 내 귓가에 대고 충격적인 말을 해주었다.
"제 입으로 말하긴 좀 많이 민망한데요...아까 xx가 남자애들끼리 놀 때 '내 그것이 자꾸 흔들린다! 진정이 되지 않는다! 으아아아!'하면서 계속 자기 성기를 흔들었어요..."
뭐라고....???!!!
xx가 그렇게 했다니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했다. 충격이었다.
xx는 흥분을 잘하고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남자아이지만 똑똑하고 순수한 면이 있어서 그런 식으로 행동할 줄은 몰랐다.
나는 바로 xx를 불렀다.
xx는 세상 모르고 신나게 놀고 있었다.
"xx야~ 혹시 애들 앞에서 성기 관련해서 농담하거나 장난친 적 있어요..?"
그러자 xx는 바로 대답했다.
"아 네.."
나는 xx의 입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xx야, 지금부터 너가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방금 어떤 아이가 너가 한 행동으로 인해 많이 놀라고 상처받았대... 선생님은 일단 xx이의 말을 들어보고 싶어요."
그러자 xx가 날 믿는만큼 진짜 있는 그대로 다 말해주기 시작했다. 충격이었다. (충격이란 말 몇 번 쓰니..ㅎㅎ)
xx에게 요즘 사춘기가 온 것은 알고 있었다. 일단 귀여운 목소리가 변성기 특유의 쇳소리로 바뀌었고, 눈빛이 바뀌었다.
(나는 애들 눈빛 바뀌는게 참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애들의 스타일이 바뀌면 뿜어나오는 눈빛도 변하곤 한다. 유심히 관찰하면 보이는 부분...)
그런데 이렇게 성적인 말과 행동을 짖꿎게 할 줄은 몰랐다. 아, 역시 나는 경력이 아직 부족한가보다. 8년차가 되었어도 아직 좀 당황스럽다.
나는 아이에게 겉으론 놀라지 않은 척 차분하게 말했다.
"xx야, 성적인 말과 행동을 해서 친구가 수치심을 느꼈다면 그것도 학교 폭력이 될 수 있어요."
그러자 당황스럽게도 xx는 내게 되물었다.
"왜요? 저 혼자 한 말인데.."
나는 기가 찼지만 다시 이야기했다. (항상 반복, 또 반복. 아이들에게는 반복해서 말해주는 것이 최선이다.)
"내가 혼자 말했어도.. 주변의 누군가가 그 말을 듣고 상처받았다면.. 그건 학교 폭력이 될 수 있어요..솔직히 한 번 물어볼께. 성기에 관련된 말을 할 때 누군가 들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니..?"
그러자 역시 똘똘한 아이답게 바로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면.....다른 애들이 들을 꺼 알고 있었어요..."
나는 xx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아이라고 믿기에 차근차근 자알 설명해주었다.
"우리 앞으로는 친구들이 봤을 때 민망할 수 있는 성적인 장난은 하지 말아요. 오늘 선생님이랑 이렇게 이야기하고 약속했으니 앞으로는 더 잘해줄거라 믿어요."
그러자 아이는 "네~!!!!!!!!!!!!!!!"하더니 바로 뛰어가서 놀기 시작했다.
흐하.
나는 안 민망한 척 했지만 솔직히 몸집이 집채만한 남자아이와 이런 대화를 하는 것이 버거웠다.
그래서 점심 시간 이후부터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내심 부담스러웠나보다.
나는 조퇴하였다.
그리고 집 가는 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마시며 생각했다.
"괜찮아 괜찮아~! 잘 마무리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