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와 트라이크를 끄는 부모. 엘리베이터 찾아 헤매다

교통약자가 되어 느끼는 여행의 어려움

by 조이현

4인 가족 완전체로 첫 가족 여행을 떠났다.


둘째가 아직 어려(겨우 10개월인 둘째...) 여러 번 고민했지만

지난 1년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잘 살아온 우리이기에 자축의 의미를 담아 강행하기로 했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 지금보다 훨씬 어렸던 첫째를 데리고 2번이나 가족여행을 다녀왔던 경험도 있어서 큰 걱정은 없었다.


'우린 경력직이라고~ 에이! 어른 둘이서 애 둘 못 보겠어?' 이런 마음이었달까?


무엇보다 산타할아버지와 흰 눈을 기다리는 큰 아이에게 연말의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여행 갈 때 꼭 가져가야 하는 게 뭘까?
유모차! 아! 또 혹시 모르니까 ♡♡이 트라이크도 가져갈까?"


아직 걸음마를 못하는 둘째를 위해 유모차를 필수로 챙겼다.

또 오래 걷는 걸 힘들어하는 첫째이니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트라이크도 챙겼다.

(첫째는 가끔 "나 힘들어 안 갈래~" 하고 길거리에 드러눕기를 시전 한다.)

그래! 이 두 가지 육아템만 있으면 롯데월드? 코엑스? 어디든 갈 수 있지!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든든한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24개월 미만 아기의 비행기표를 본 적 있는가? 아기들은 비행기표마저 귀엽다ㅠ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유모차와 트라이크로 인해 숱한 좌절을 맛봐야 했다.

아기를 낳기 전... 혈혈단신, 두 팔이 자유롭던 그때에는 몰랐지...


원하는 층에 바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운 좋게 '원하는 층에 바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찾더라도 엘리베이터가 공사 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운이 좋게 '원하는 층에 바로 가는, 운행하는 엘리베이터'를 찾더라도

그것을 타기 위해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하는지...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제일 많이 한 말은

"엘리베이터 어딨지?"

"여기서 제일 가까운 엘리베이터는 어디예요?"였다.


건물 정중앙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에스컬레이터가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저것만 타면 원하는 층에 쏙쏙 닿을 수 있는데,

이놈의 엘리베이터는 한 번 타려면 한 층을 삥~~~ 돌아야 했으며 원하는 층에 한 번에 가는 법이 없었다.


이 엘리베이터는 P3~MF까지 운행합니다.
1~13층은 2호기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엘리베이터의 안내문이 야속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오죽하면 내가 여행 가서 엘리베이터 사진을 찍었을까?

넓디넓은 롯데월드에서 깊숙이 숨어있는 엘리베이터를 겨우 찾았는데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작업 중이랍니다.'라는 안내문을 마주했을 때의 그 허탈감이란...


결국... 오늘도 남편이 인간 엘리베이터(?)를 자처했다.

유모차와 트라이크를 이고 지고 왕복 2번을 오르내린 그.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한 대장정은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도 이어졌다.

최대한 이동 동선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 검색으로 아쿠아리움에 쉽게 들어가는 꿀팁을 알아냈다.


'코엑스 북문에 주차해서 게이트 12로 들어가면 바로 아쿠아리움으로 연결된답니다.'


이 꿀팁대로 게이트 12에 입장했다. 그런데!

이런! 또 에스컬레이터에 가로막히고야 말았다. 저 팁을 수정해야 한다.

'코엑스 북문에 주차해서 게이트 12로 들어가면 바로 아쿠아리움으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가 나온답니다'

이렇게 말이다. 그렇게 체념하고 돌고 돌아 코엑스를 삥~ 둘러 아쿠아리움에 겨우 입장했다.


하지만... 끝난 줄 알았지?

우리를 놀리기라도 하듯 이번엔 계단이었다.

여기서 굴할 순 없지.

"여기 엘리베이터 어디 있어요?" 직원분께 물었다.


"아... 유모차가 2대네요? 여기서 돌아가시면 엘리베이터 있긴 있는데요,

너무 협소해서 유모차 하나씩만 올라갈 수 있어요."


아쿠아리움의 진입장벽이 이리도 높았나?

결국... 또...

남편이 힘써 주었다.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매번 짐꾼이 되어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2박 3일의 서울 여행동안 그야말로 우리는 교통약자였다.

익숙지 않은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목도한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라

더 당황스러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우리나라의 수많은 공간들은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 유모차를 끄는 사람들 혹은 그 외의 교통 약자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은 참 간사한 동물이라 내 아이들이 훌쩍 큰 어느 순간엔

엘리베이터로 인한 이번 여행의 힘듦은 쉽사리 떠오르지도 않을 것이다.

멀리 내다볼 것 없이 2~3년만 지나도 아이들 손을 잡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며 웃고 떠들고 있겠지.


하지만 언제까지나 휠체어를 타야 하는 사람들 혹은 언제까지나 교통약자일 사람들에게는

'지금만 참으면 해결될 문제'가 아닐 것이기에

이 어려움에 공감하고 기억하고자 이곳에 글로 남겨본다.


지금껏 나는 '우리의 행복한 시간들'을 주제로 여행을 기록해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교통 약자로서 느끼게 된 어려움'에 대해 쓰고 싶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이 글을 다시 보게 된다면,


그때는 우리 아이들이 모두 커서 더 이상 교통약자가 아니더라도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힘겹게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을 위해

건물 입구의 무거운 여닫이 문 앞에서 당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유모차를 끌면 자동문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따뜻한 시선으로

버튼 한 번 대신 눌러주고

문 한 번 대신 열어주어야겠다 :)




에필로그:) 유모차와 트라이크를 실어 나르며 얻어낸 소중한 사진들이다.

너희가 좋다면 엄마 아빠도 좋아! 너희들과 이곳저곳 누빌 수 있도록 많은 부분들이 개선되길 진심으로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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