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년 차 초등교사다.
24살부터 시작한 이 일이 어느덧 9년이 되었다니.
내 마음은 여전히 새내기 교사이지만
시간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흘러
나를 '부장급 교사'로 만들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학교에서 부장님이 되었네;;??)
나의 첫 제자들은 어느새 성인이 되었고
두 번째 제자들이 올해 수능을 치렀다.
9년의 시간 동안 나는 교실 안에서 무수히 많은 인간관계를 맺어왔다.
아이들과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학부모님과의 만남으로 이어졌고 학생지도는 학부모 상담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이제까지 내가 해온 상담의 수를 다 헤아릴 수나 있을까?
학교적응, 친구관계, 학업, 진로문제, 식습관개선, 때때로 가정환경에 이르기까지 상담의 주제도 꽤나 다양했다.
학부모님들은 나에게 명쾌한 답을 요구했고
(" 전문 상담 기관을 찾아가시면 더 많은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연계해 드릴게요."
" 현재 ♡♡이에게는 단호한 태도보다는 따뜻한 태도가 더욱 필요해요." 등)
때로는 '위로'를 구했다.
("어머님 아버님, 잘하고 계세요. 우리 ♡♡이 지금은 조금 힘들어하고 있지만 잘 클 거예요."
"발달 단계 상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시간을 두고 기다리셔도 돼요." 등)
대학과 대학원에서 배운 대로,
적극적으로 상담하고 열성적으로 지도했다.
그 결과 내 노력이 빛을 발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아이들이 생겼다.
차츰 자신감이 쌓였다.
'이 정도면 나도 교육의 전문가라 할 수 있겠지?'
할 때쯤 시작된 육아.
"여보가 전문가니까 애들 교육은 알아서 해"
남편은 처음부터 나를 믿고 아이 교육의 상당 부분을 나에게 일임했다.
나도 내가 아~~~주 잘할 줄 알았다.
하지만 오만이고 자만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내 업인데..
아니, 나... 왜 이리 뚝딱거려?
국, 수, 사, 과, 영, 음, 미, 실 등등 내가 가르쳐온 과목이 몇 개인데 왜 내 아이 선긋기 하나 제대로 못 가르쳐? 왜 매일 화만 내다 끝나?
왜 다른 애들은 벌써 쓰는데? 한글공부는 천천히 해도 되는 게 맞아?
몇 십 명의 생활지도를 몇 년째 해왔는데 왜 내 아이는 아직도 떼쟁이야?
학부모님들에게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마세요. 조급해하실 필요 없어요" 하고 조언했던 나는 대체 어디로 갔는지,
역시 중도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옛말이 딱 맞다.
육아휴직 중인 지금도
가끔 아이교육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분들이 있다.
이젠 섣불리 조언이 안 나온다.
그 부모는 분명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
쓰디쓴 육아의 참맛을 알아버려서
어쭙잖은 나의 조언이 혹여 그 간절한 마음에 상처를 내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가만히 듣고 이렇게 말한다.
"얼마나 답답하세요.. 그런데 정답이 있겠어요?
맛있는 커피나 마시면서 시원하게 털어버리자고요"
'육아'란 녀석.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겸손한 마음으로 가르치고 키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