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서 공구하는 육아템을 보며...

가진 것 안에서 정성 들여 키우겠다는 나의 최선

by 조이현

아이를 재우고 한숨 돌리며 소파에 앉아 인스타그램을 켰다.

이 알고리즘은 내 관심사를 어쩜 이리 잘 알까? 육아 관련 피드가 가득하다.


육아맘이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지.

별 목적은 없지만 언제나처럼 피드를 하나씩 눌러본다.




인스타에는 육아 인플루언서들이 참 많다.

내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키우는 그들을 나도 여럿 팔로우했다.

남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우나 구경하다 보면 의외의 꿀팁을 발견할 때가 있다. 운이 좋다면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 자료들을 쉽게 얻을 수도 있다. 초보엄마에겐 참 고마운 인스타의 순기능이다.


그들은 꿀팁 외에도 다양한 육아템을 공유하고

공구를 진행한다.

아이 로션, 아이 간식, 영어 교재, 자석 교구, 신발, 옷 등등 공구템은 무궁무진하다.

보고 있노라면 참.. 다양한 감정이 스친다.


블록놀이 좋아하는 첫째에게 자석블록은 신세계일 텐데...

문화센터 다니는 둘째에게 입힐옷이 마땅치 않은데 핫한 옷 좀 입혀볼까..

영어는 어릴 때부터 노출해야 한다는데

영어학원 보낸다 생각하고 한 번 사봐?


뭐에 홀린 듯 결제 직전까지 갔다가

10만원은 가볍게 넘는 가격에 다시 정신줄을 잡아본다.




우리 엄마처럼 아이를 키우겠다 다짐한 적이 있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우리 엄마는 최소한의 것으로 나를 키우셨다.


유기농을 먹이지도, 학원을 보내지도,

장난감을 사주지도 않으셨다.

그렇지만 엄마는 홀로 생계를 책임지는 와중에도

직접 밥을 만들어주셨고, 학교 숙제도 살뜰히 봐주셨다. 장난감은 못 사도 내가 좋아했던 책만큼은 양껏 읽을 수 있게 도와주셨다. 정성을 다해 나를 키우셨던 엄마의 마음은 나의 곳곳에 스며들었다. 그래서 성인이 된 지금도 두려움이 엄습하는 어느 순간에, 의지할 곳이 필요한 어느 외로운 때에 불쑥 나타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어쩌면 물질적 결핍 덕분에 엄마의 정서적 지원이 더 따뜻하고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 아닐까?




엄마가 되고 보니 차라리 돈을 들이는 게 쉽지, 마음을 다하는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다.

나를 소중히 키워주신 그 마음에 감사하며 나도 내 아이를 물질적으론 부족할지언정 정서적으론 풍요롭게 키우자 결심했다. 사랑, 격려, 지지. 이런 것들 만큼은 차고 넘치길 바랐다.




공구품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물질적 풍요가 싫다는 것도 결코 아니다.

(공구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 물질적 풍요는 여러 면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다만 지금의 나의 상황을 돌아보는 것이다.

나의 양육관과 맞는가?

나에게 과분한 충동소비가 아닌가?

또 이 소비가 불러올 나의 욕심을 경계하는 것이다. '돈 들인 만큼 뽕을 뽑아야지' 하는 마음에 아이를 다그치진 않겠는가?


이런 생각 끝에 아쉽지만 오늘의 공구템은 아이쇼핑으로만 남겨두기로 했다.

아직은 집에 있는 장난감도 충분히 즐거워하는 첫째이니,

언니에게 물려받은 옷도 찰떡같이 소화하는 둘째이니

무엇을 더 사주기보단 충분한 관심을 가져주기로 했다.

물질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풍요로운 육아는 모두에게 최고의 바람이겠으나

그럴 수 없다면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정서적 풍요를 택하는 것이 나의 차선이자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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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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