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맘 '오늘의집'을 보며
오늘도 우리의 아침은 우당탕탕 정신이 없다.
어린이집 가는 첫째를 깨워 먹기 싫은 밥 달래 가며 먹이고 양치와 세수까지 끝낸 후
옷 고르기로 한참을 씨름했다.
반짝이는 예쁜 공주옷과 편한 옷 사이에서 토끼 원피스로 극적 합의를 이룬 우리.
이제 등원까지는 '아침놀이'만 남았다!
'어휴... 정말 상전이 따로 없네' 생각이 들지만 비위를 잘 맞춰 어서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
나에겐 10개월 된 둘째 육아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등원전쟁'이라는 말은 어떤 엄마가 만들었을까?
정말 전쟁이 딱 맞다. 난리통 속에 갑자기 찾아온 적막은 더 고요하게 느껴졌고
온갖 장난감이 나뒹굴며 폭풍이 몰아친 듯 집안은 엉망이 되었다.
어지러운 집을 치우고 있자니 며칠 전, '오늘의 집'에서 보았던 멋있고 깔끔한 집들이 떠올랐다.
화이트와 그레이로 톤을 맞춘 모던하고 시크한 인테리어.
진한 컬러로 포인트를 준 미드 센츄리 소품들.
따뜻한 인상을 풍기는 우드톤의 가구들.
'이런 집이라면 하루종일 집순이 예약일 텐데.
여기선 물만 마셔도 맛있겠네 '
감탄하며 봤었다. 우리 집과의 괴리감이 든 탓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육아와 인테리어. 공존할 수 있을까?
우리 집도 모던했을 때가 있었다.
5년 전 결혼하며 신혼집을 마련했을 때,
인테리어 감각은 없었지만 우드와 그레이로 깔끔한 집을 만들고 싶었다.
군더더기 없고 깨끗하게. 되도록 무채색으로.
하지만... 그 노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첫째가 태어나고 이사를 하며 우리 집은 아이에게 점차 맞춰져 갔다.
갓난아기에게 낙상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소파를 뺐다.
돌쯤 된 아기에게 tv장 모서리는 너무 뾰족하니 tv장을 뺐다.
아직 걷는 게 서툰 아이를 위해 매트를 깔고 가드를 쳤다.
그리고 중간중간 알록달록 높은 채도의 장난감을 사들였다.
(뭐.. 대충 이 사진처럼 말이다.)
그러다 보니 신혼집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정말 아이 키우는 집이 남았다.
인테리어 하고 싶어 하는 엄마들의 취향을 저격한 우드톤과 파스텔톤의 육아템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색이 쨍한 걸 좋아하지 않을까?"
라며 파스텔톤은 부모의 욕심일 수 있다는 남편의 말에 묘하게 설득당하고 말았다.
(실제로 아이는 높은 채도의 장난감을 더 좋아했다.)
인테리어가 뭐 별 건가?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인 것처럼,
최고의 인테리어는 집정리지!
아이들이 조금 더 클 때까지 아마 우리에게 허락된 인테리어는 '집정리'일 것이다.
넓지 않은 공간이니 뭔가를 욕심내서 사기보다는
깨끗이 비우고 정갈하게 정리하자.
무엇을 더 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뺄 수 있는 과감함이 우리 집에 더 필요하다.
이런 생각 끝에 드디어 집 정리를 마쳤다.
줄지어 선 인형들에 첫째가 좋아하는 블록을 보기 좋게 정리했다.
남향이라 채광이 좋은 우리 집. 거실 깊숙이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집이 더 포근해 보인다.
(햇살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쳐주나?)
깔끔하게 닦아 반짝반짝한 주방의 조리대도
보기 좋다.
거기에 올려진 둘째를 위한 직접 만든 이유식 세 통도 따뜻하다.
(이것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봐도 될는지.)
그렇게 아이들의 취향껏, 아이들 맞춤으로 정리를 마쳤다.
세련되진 않지만 정감 있고 따스해 보여 이만하면 만족이다.
오늘의 집에서 본 사진들은 핸드폰 깊은 곳에 로망으로 저장해 두고
가족 냄새 가득한 이 공간에서 힘차게,
현생의 아침을 맞이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