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의 약발이 사라지지 않길

아이스크림 하나면 만사오케이!

by 조이현

첫째 아이는 유독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과자, 젤리, 사탕... 달콤한 간식이면

마다하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아이스크림은 언제나 가장 먼저 아이의 선택을 받는다.


아이는 정확히 태어난 지 574일 차에 인생 첫 아이스크림을 맛봤다.

이때 보여준 아이의 표정은

첫눈에 사랑에 빠진 자의 황홀함을 보여준다.

(감히 꼽건대 행복한 감정이 가감 없이 담긴 이 사진은 아이의 인생사진이 분명하다.)


이때부터였을까?

아이는 아이스크림 하나면 만사오케이다.


눈물, 콧물 쏙 뺄 만큼 크게 혼이 났을 때도,

엄마, 아빠는 동생만 좋아한다며 삐졌을 때도,

오늘은 어린이집 안 간다며 가진 떼를 쓸 때도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까?"


라는 아빠의 한 마디에 눈물을 쓱 훔치며 반색한다.



아이가 울 때마다 아이스크림으로 살살 꼬드기는 남편에게 가끔 핀잔을 줄 때도 있다.


"자꾸 그러면 버릇 나빠져"


남편을 나무라지만 남편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아이.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어주면 우릴 향해 존경의 눈빛마저 보내는 듯하다.

그럴 때면 육아에 지쳐있던 우리 마음도 사르르 녹으며 우쭐감이 든다.

단돈 600원이면 아이는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할 수 있고 우리는 멋진 슈퍼맨이 된다.

이쯤 되면... 아이스크림 안 사주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오늘의 하원길.

어린이집 선생님이 한껏 상기된 얼굴로 내게 아이의 칭찬을 늘어놓으셨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1년 새 부쩍 커서 의젓해진 아이 얼굴을 톺아보았다.

이젠 아기티를 찾아볼 수 없는 어엿한 어린이다.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오랜만에 아이와 같이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고 싶어졌다.


"아이스크림 사러 갈까?"


내 한마디에 "야호 야호 엄마 최고!" 하며 아이가 가게를 향해 내달렸다. 검은 봉지 가득 아이스크림을 사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방방 뛰며 마음껏 흥을 분출한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스크림 약발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

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 미래에 무슨 이유에서건 속상해하는 아이를 달래주려

"아이스크림 먹을래?"라고 우리가 물을 때,

"싫어. 내가 애야?"

라는 말이 돌아오지는 않을까?


생각만해도 벌써부터 아쉽고 서운하다.


부디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의 약발만은 오래갔으면 좋겠다.

험난한 일 많은 이 세상에

작은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지금처럼 웃을 수 있다면 아이의 인생이 멋지고 달콤하지 않을까?

아이스크림이 주는 소소한 행복의 가치를 배우다보면

이 세상, 즐겁다 여길 날이 오지 않을까?


힘든 순간에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한숨 고르고 상황을 반전시킬 여유가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러는 한편...


우리 앞에서만큼은

아이스크림이 마냥 좋은 귀여운 5살 딸로 오래도록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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