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재롱잔치에서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요?

아이의 첫 번째 재롱잔치를 가다!

by 조이현


단체 사진을 보는 N 엄마의 눈

-우리 애는 어딨지?


MMMMMMMMMMMMMMMM

MMMMMMMMMMMMMMMM

MMMMMMMMMMMMMMMM

MMMMMMMMMMNMMMMM



안진영 작가가 지은 이 시를 마주했을 때 나의 첫 감정은 당황스러움이었다.

'엥? 무슨 시가 이래?'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수많은 M들 속에 쏙 숨어있는 N.(못찾았다면 마지막 행을 보시라) '대체 제목이 뭐야?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 거야?' 그리고 제목을 올려다본 순간!


아! 하고 짧은 탄식이 나왔다.

단체 사진을 보는 N 엄마의 눈이라니!

이건 부모라면 무조건 공감할 수밖에 없잖아!

게다가 내 아이의 이니셜도 N인데! 이거 완전 내 얘기야!

(분명 안진영 작가도 아이를 키우고 있을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부모의 사심을 이토록 짧고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이의 어린이집 행사에 참여할 때면 내 아이를 찾는 나의 레이더망도 빠르게 움직인다. 200명이 넘는 큰 규모에 다니는 내 아이를 찾으려면 우선 '5세'를 찾아야 하고 거기서 '젤리반'을 찾아야 하고 여자 아이들을 살펴봐야 한다. 오래 걸릴 거 같지만 사실 아이를 찾는 데는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내 새끼를 알아보는 건 부모의 본능이랄까?


나의 촉각이 기민해지는 어린이집 행사가 또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이 생애 첫 번째 재롱잔치!

자신감 인성발표회!


우리 아이들이 직접 인성덕목을 소개합니다! 예쁜 노래도 불러드려요!


설레는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선생님이 보내주신 가정통신문을 들여다보며

"아니 왜 대체 우리가 떨려? 발표 우리가 해?"얘기 나눴다.

아이가 발표할 내용이다. 생각보다 길고 어려운걸?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과연 이 긴 문장들을 말할 수 있을까...

혹여나 무대에서 뿌엥 울거나 중간에 포기한다면, 그것이 아이에게 트라우마로 남는다면...

앞으로 사람들 앞에 서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 발표 한 번 못했다고 큰일나는 것도 아닌데 걱정부자답게 안 해도 될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 연습만이 살길이다!

놀이터에서도, 자기 전에도, 길가에서도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하기 싫은 아이는 자꾸 짜증을 냈지만 호랑이 엄마가 되어

"한번 더! 아니야, 틀렸잖아. 다시!"특훈에 들어갔다.




드디어 D-day!

한 손에는 전날 다이소에서 산 재료들로 직접 만든 꽃다발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아이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떨리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좋아하는 빨간 원피스를 입어 마냥 신이 나 있었다.

알록달록 풍선 장식과 원을 찾아온 엄마아빠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아이들이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우리와 같이 잔뜩 긴장하여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부모님들이 있었다.

발표회가 시작되고 아이들이 차례차례 경청, 절약, 사랑 등등 이제까지 연습한 것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짧은 혀에 뭉개지는 발음, 엉거주춤하며 쑥스러워하는 모습마저 귀여워 내 아이인 것 마냥 큰 박수를 쳐줬다.




이제 곧 우리 아이차례다!

세근 반 네근 반. 두근두근.. 내 취업면접도 이렇게 떨리지는 않았을 거다.

드디어! 시작!

헬로 에브리원! 저는 젤리 클래스 5살....
~~~~~~~~~ 마미 대디 땡큐 알러뷰!


잘한다! 잘했다!!

내 걱정이 무색하게 아이가 발표를 잘 끝냈다.

발표 내내 아이의 말을 입모양으로 크게 크게 따라 하느라 턱관절까지 아플 지경이다.

하지만 그런 건 하나도 상관없다. 그저 무사히 발표를 마친 아이가 대견하고 뿌듯할 뿐!


발표회의 마지막은 합창이었다.

어김없이 발동하는 나의 레이더! 친구들 사이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자기 몫을 해내는 것이 귀엽다.

마지막 노래를 앞두고 선생님의 싸인을 기다린다.

통통한 배에 야무지게 올린 손. 앙다문 입술에 웃음이 났다.

그래 여기까진 분명 재밌고 웃기고 귀엽고 좋았는데...

날 가장 사랑하신 멋진 우리 엄마
때론 마음도 아프고 눈물 흐리게 했지만
엄마 정말 사랑해 정말 사랑해요
싱그러운 나무처럼 쑥쑥 자라서 나의 꿈이 이뤄지는 날 환하게 웃으세요
엄마를 생각하면 왜 눈물이 나지
이 세상에 좋은 건 모두 드릴게요.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최고의 공연기획자가 분명하다.

마지막 노래로 이런 감성적인 노래를 선곡하시다니!

조도 낮은 조명에 아이들 손에 들린 캔들까지.

이 분위기에서 울컥 안 하고 배겨?


여기서 울면 장난기 많은 남편에게 놀림거리가 될까 봐 눈물을 꾹 참았지만

곳곳에서 엄마들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엄마들 뿐만 아니라 아빠들 눈시울도 촉촉해졌다.

천장에 벌레라도 붙었는지 하염없이 천장만 쳐다보는(?) 아빠들도 있었다.

남편이 나중에야 말해주었지만 극강 T인 남편마저 뭉클했다고.

(선생님들의 목표가 부모님들 울리기였다면 선생님들의 계획은 성공했다.)


그렇게 우리를 긴장하게 했던 아이의 첫 번째 재롱잔치는 안도와 감동을 남기며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


재롱잔치가 끝나고 아이의 긴장감을 풀어줄 겸(사실은 우리의 긴장을 풀 겸) 마당이 넓은 카페를 찾았다.

꽃다발을 들고 신나게 비눗방울을 쫓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못다 한 발표회의 감상을 남편과 나누었다.


아이의 재롱잔치에서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

남편이 내게 물었다.

글쎄...

이 질문에 하고 싶은 얘기는 수천수만 가지였지만

나를 부르는 아이의 환한 얼굴에 눈인사를 건네며 이 대답으로 내 마음을 갈무리했다.



여보, 아무래도 노래가 너무 슬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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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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