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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기 Jul 14. 2024

날개 없는 새는 벼랑 밑으로 추락한다.

100점, 위플래쉬, 데미안

"선생님! 저 잘 썼으니까 100점이죠?"

"샘, 저 수행평가 100점이죠?"


 글쓰기 수행평가 시즌이 다가오자 학교는 이름하여 '100점무새' 철새들의 도래지가 되어버렸다. 여기저기서 점수에 목이 말라 100점을 달라고들 시끄럽게 지저귀어 대니 귀에서 피가 나올 것만 같다. 채점이 끝나야 잠잠해지겠지?


 17살짜리 아이들에게 100점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100이란 숫자가 학생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완전수라면 그들에게 있어 100점은 일종의 자기완성의 수일 것이다. 하지만 100점이란 점수를 손쉽게 얻어 버린다면(물론 피나는 노력과 재능으로 100점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자칫 교만과 안주의 늪에 빠져 버릴까 봐 걱정이다. 우리의 인생이란 건 어찌 보면 죽는 순간까지 완성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야 하는 고된 여정이기 때문이다. 완성이라는 울타리를 너무 낮게 쌓아 올리면 교만과 거만이라 불리는 도둑이 제 집인 양 손쉽게 드나들면서 내 보물같은 겸손하고 성실한 자아를 조금씩 조금씩 훔쳐가 버릴지도 모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모든 걸 알고 있는 듯이 착각하는 사람보단 자신이  아는 게 없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 지혜롭다고 했다. 그의 제자 플라톤은 연령별 단계에 맞는 교육과정을 충분히 이수하고 최종 선별된 50세가 되어야 철인(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사회를 통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했다. 다시 말해 우린 완벽함을 향해 계속 나아갈 순 있어도 이미 완벽하다고 여기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이 시대의 천재 감독 데미언 셔젤의 입봉작 <위플래쉬>에 등장하는 스튜디오 밴드의 지휘자 플래처 교수는 한 재즈바에서 그의 제자 앤드류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내 지성에 Whiplash, 말 그대로 채찍질을 가한 대사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고 해로운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등장하는 명언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뇌리에 여전히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위플래시>를 감상하면서 <데미안>의 이 글귀를 떠올렸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우린 알을 깨고 나와 넓은 세상 밖으로 날아가야 한다.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한다면 어느 이름 모를 가정집의 식탁 위에서 잡아먹힐 테고, 알을 깨고 나온다면 근사한 날개를 가진 새가 되어 자유롭게 비상하며 먹이 잡아먹을 수 있다. 우린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운명에 맞서, 완성과 완벽을 향해 꾸준히 그리고 치열하게 날아가야 한다.


 자유의 날개를 펼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알을 깨고 나오신 거 축하드립니다. 이제 혹독한 비행 연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100점 맞으셨다고요? 죄송한데 몇 점 만점에 100점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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