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팡지게 아프고 넘어갈 모양이다. 연휴라 병원도 문을 닫았다. 종일 전기장판에 의지해서 땀내도 살 껍데기가 시리고 아프다.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마저 든다. 옆에서 괜히 졸아서 눈치 보며 심부름하는 남편에게 미안스럽다. 잘 아프거나 하질 않는데,,, 하룻밤 자고 나면 툴툴 일어나는 스타일이라 크게 걱정 안 하고 이번에도 그렇겠지 했는데... 아무래도 병원부터 가야 하나보다.
99881234 해야 하는데 계획에 차질 생기면 안 되는데... 오늘은 온라인 피아노 수업까지 있는데 목소리가 안 나와서 수업을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목 안이 따갑고 목소리도 쉬어서 나는 말을 하는데 듣는 귀가 어떨지? 연휴라고 너무 심하게 달렸나 보다. 항상 몸뚱이 살살 달래 사면서 아껴야지 반성하게 된다,
어젯밤 A에게 전화가 왔다. 오랜만의 수다 한마당을 펼쳐야 했다. 따가운 목이라 듣기 위주로 그러나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거의 30년 지기인 동생의 고민이다. 친정엄마에게 치매가 온 거다. 엄마는 혼자 살 수가 없다. 가족회의로 오빠네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1년 반이 지나자 올케언니가 두 손을 들었다. 형편상 갈 집이 없다. A의 집으로 모시고 왔다. 본인도 활동이 많다. 늘 강의와 연주활동으로 바쁘게 지내는 와중에 친정엄마를 케어하는 건 모든 식구들이 힘들어지는 과정이다. 대학생 자녀들도 자기 스케줄이 있고, 남편도 잣은 출장이고 본인도 바쁘고... 이 와중에 친정엄마는 가끔 치매로 모두를 놀라게 한다.
정신이 말짱한 날은 친정엄마이고 다른 날은 뭔가가 씐 또 다른 제2의 인물로 설정된다. 치매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무서운 질병이다.
치매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주로 뇌 조직의 손상이나 기능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누구도 못 막을 자연적인 노화, 유전적 요인, 혈관 질환, 염증, 외부 요인, 신경전달물질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는 복잡한 질병으로서, 이러한 원인들이 조합되어 발생할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여 치매를 예방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세대 부모님 연세가 80세 90세 이상의 연령이면 모두가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부모에 대한 도리를 안 하자니 맘에 걸리고 병원으로 모시자니 맘이 짠해서 할 수 있을 때까지 모셔보자는 심산이다. 덕분에 아이들 생활과 본인, 남편이 모두 친정엄마를 예의 주시하느라 아니 지켜보느라 시간을 빼야 한다. 누군가 한 사람은 집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 친정엄마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쉽지 않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여정은 병원에서 태어나 요양원에서 가야 하는 인생인가 보다. 혈연으로 묶인 가족들이 아니라면 이런 고민도 안 하겠지? 남편과 이야길 한다. 우리 두 사람 중 누구라도 아프면 끝까지 옆에서 돌봐주기로... 그러나 치매가 오면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치매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걸 이미 경험한 탓이다. 자식에게 민폐 주지 말자고 배우자라는 이름으로 짐을 주지 말자고... 눈이 마주친다. 서글픈 눈인사가 맘 짠하다. A도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엄마니까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 때까지 모시려 한다. 그 맘도 공감된다. 아우~ 참~ 이럴 때 어쩌나. 남의 일이 아니다.
© nate_dumlao,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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