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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Jan 24. 2024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들 옆에는 누가 있어줄까?

힘든 사람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부장님 어머니 돌아가셨다네요...”

아내로부터 카톡이 왔다. 부장님 어머니께서 난소암으로 투병 중이시라는 얘기를 아내로부터 들었는데, 안타깝게도 결국 병환으로 눈을 감으셨다고 한다. 처음 암진단을 받을 때부터 난소암 4기였고, 투병 중 항암치료를 포기하실 정도로 힘들어하셨지만, 9년 동안이나 버티셨다고 한다. 회복하여 다시 살고자 하는 삶의 의지가 강한 분이셨던 것 같다.


아내는 장례식장이 멀어서 조문을 직접 갈지 마음만 전할지 고민하였다. 저녁 식사 준비, 아이들 공부, 내일 출근 준비 등 해야 할 일들로 아내의 머릿속이 복잡해 보였다. 고민하던 아내는 내게 어떻게 할지 물었다.

“장례식장이 멀어도 직접 가서 얼굴을 보고 위로를 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부장님에게도 제대로 위로를 전할 수 있고, 당신도 그렇게 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할 거야.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편한 것이 낫잖아. 내가 아이들 보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갔다 와요.”     


내 말을 들은 아내는 더 고민하지 않고 조문을 다녀왔다. 아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평소 자는 시간보다 더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내의 표정은 밝았다. 막상 장례식장에 가 보니 조문객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부장님이 아내를 보고 정말 고마워하셨다고 한다. 많이 고민했었지만, 갔다 오길 잘했다며, 아내는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육아휴직을 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아내는 나의 육아휴직 이후로 고맙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


내가 아내에게 힘들어도 조문을 다녀오라고 말한 것은 내가 아내보다 더 좋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사실 나 역시 지금까지 군 생활을 하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동기들이나 친지들의 경조사를 함께 하지 못 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래전 일이지만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동기들과 식사를 하는 반가운 자리에서 한 친구가 말했다. 

“임관한 지 얼마 안 돼서 우리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모두 정말 바쁜 시기였는데, 장례식에 와서 위로해 주었던 친구들. 내가 평생 안 잊을게.”


나는 그 친구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동기가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도

내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친구에게는 정말 힘들고, 위로받고 싶은 시기였구나. 내가 그 시기를 함께 해주지 못했구나...’라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이후로 지인들의 경조사가 있으면,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힘든 시기에 위로를 건네주는 친구가 소중하다는 것을 나 역시 절실히 느꼈다. 경황이 없어서 지인들에게 제대로 연락을 전하지 못했는데, 내 소식을 전달해 준 고마운 분들이 계셨고, 그 소식을 듣고 먼 거리를 달려와 준 분들도 계셨다. 나보다 먼저 장례식장에 도착해 있던 고마운 친구도 있었고, 인천에서 부산까지 찾아온 고마운 직장동료도 있었으며, 서울에서 퇴근 후 부산까지 운전해 온 고마운 후배도 있었다.


어른이 되면서 사람의 도리를 잘하고 살아야 한다고 배웠다. 도리(道理)는 사람이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을 의미한다. 바른 길을 가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세상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힘들어하는 누군가의 손을 꼭 잡아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한 번 왔다 한 번 간다. 그 사실 앞에 예외가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우리 아이들 옆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힘든 시간을 서로 위로하며 이겨내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이 아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진짜 어른으로 성장한다면, 주위에 진짜 어른들이 많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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