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에 섞여온 60년대 올드팝의 위로

Rain and Tears

by 지영그래픽
데미스 루소스를 추억하며, 태안꽃지해수욕장에서 들은
"Rain and Tears"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Aphrodite's Child)의
'Rain and Tears'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올드팝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명곡이죠, 1968년에 발표된 이 곡은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애절한 목소리로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줍니다.

https://youtu.be/GLd8EraYvGM?si=iUIt3P1J1UL_0X0V

꽃지해수욕장의 고즈넉한 풍경과 그 너머로 흐르는 Aphrodite's Child의 선율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어우러집니다.

삼촌들의 낡은 레코드판 사이에서 흘러나오던 그 음악이 오늘, 나의 글과 사진 속에서 다시 숨을 쉽니다.

​Aphrodite's Child는

'그리스의 프로그레시브 록 거장' 반젤리스(Vangelis)와 '천상의 떨림'을 가진 보컬 데미스 루소스(Demis Roussos)가 결성한 전설적인 그룹입니다.

​1968년 발표된 'Rain and Tears'는 파헬벨의 '캐논'을 변주한 아름다운 멜로디 위에, 데미스 루소스 특유의 애절한 바이브레이션이 더해진 곡입니다.

"비가 올 때는 눈물을 감출 수 있지만, 햇빛 아래서는 슬픔이 드러난다"는 가사는 당시 전 세계인의 감성을 흔들었으며, 한국에서도 70~80년대 다방과 전파사를 통해 울려 퍼지며 '국민 올드팝'으로 사랑받았습니다.

'Rain and Tears'
​국민학교 문턱도 넘기 전, 가사도 모르는 영어 노래를 흥얼거리던 꼬마는 이제 어느덧 그 시절 삼촌들의 나이를 훌쩍 넘겼습니다.

턴테이블 바늘이 긁히던 지지직거리는 소음 대신, 오늘은 태안 꽃지해수욕장의 파도 소리가 그 빈자리를 채웁니다.

​사진 속 할미·할아비 바위는 수천 년을 그 자리에 서서 얼마나 많은 이들의 눈물과 웃음을 지켜보았을까요?

"Rain and tears are the same"이라는 노랫말처럼, 바다 위로 내리는 비는 파도가 되고, 그 파도는 다시 누군가의 그리운 눈물이 되어 해변으로 밀려옵니다.

​모래사장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갈매기들은 마치 삼촌들과 함께 보냈던 그 시절의 조각들 같습니다. 가요보다 팝송이 더 익숙했던 어린 날, 삼촌들의 어깨너머로 배웠던 '어른들의 고독'은 이제 사진 속 난간에 붙은 작은 스티커 한 장처럼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남아 있습니다.

​해변을 걷는 사람들의 뒷모습 위로 데미스 루소스의 처연한 고음이 겹쳐집니다.

어릴 적엔 그저 슬프게만 들렸던 그 목소리가, 지금은 괜찮다,

삶은 원래 비와 눈물이 섞여 있는 것 이라며 등을 두드려주는 위로로 다가옵니다.

​과거의 추억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밀물처럼 끊임없이 돌아와 현재의 풍경을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듭니다.

오늘 이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금 삼촌들의 낡은 라디오 소리를 듣습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해가 뜨면 해가 뜨는 대로, 우리네 인생은 여전히 이 노래처럼 아름답게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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