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를 도는 일상의 평온함에 대하여

중력의 밀어, 가장 찬란했던 시절

by 별을 헤는 블루닷
[​제4화] 궤도를 도는 일상의 평온함에 대하여

중력의 밀어, 가장 찬란했던 시절


밤에 읽는 별 이야기[월.수.금] 연재
흩어진 별들의 동화
(어른들을 위한 우주 동화)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형은 '원'입니다.

시작도 끝도 없이 서로를 중심으로 삼아 끝없이 순환하는 궤도. 두 별은 수억 년 동안 그 둥근 길 위를 산책했습니다.

​그들에게 궤도는 구속이 아니라, 서로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무언의 약속이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너의 중력은 포근하구나."

​한 별이 궤도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말하면, 다른 별은 그 움직임에 맞춰 부드럽게 몸을 기울였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당기는 힘이 완벽한 균형을 이룰 때, 두 별 사이에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그 적당한 거리. 서로의 빛이 가장 예쁘게 보이고, 서로의 온기가 가장 기분 좋게 느껴지는 딱 그만큼의 거리였습니다.

​그들은 궤도를 돌며 우주의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블랙홀의 낮은 울림,

새로 태어난 아기별들의 눈부신 울음소리,

그리고 길을 잃고 떠도는 소행성들의 작은 소란까지.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란도 두 별이 함께 그리는 원 안으로 들어오면 이내 평화로운 배경음악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두 별에게 반복이란

'어제처럼 오늘도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가장 확실한 축복이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궤도, 변하지 않는 속도, 그리고 변하지 않는 눈 맞춤. 그것이 우주가 허락한 가장 거대한 사치임을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문득 우리의 삶을 돌아봅니다.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식탁에 마주 앉아 무심한 안부를 묻는 일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별이었던 시절부터 이어온, 가장 성스러운 궤도 연습일지도 모릅니다.

​"내일도 우리는 이 길을 걷고 있겠지?"

"응, 궤도가 있는 한 우리는 결코 길을 잃지 않을 거야."


​두 별은 믿었습니다.

이 둥근 평화가 우주의 끝이 올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들을 둘러싼 공간이 조금씩 비정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은 눈치채지 못한 채 말입니다.

다음 이야기....,


"우주라는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 그것은 오직 당신이라는 좌표틀 믿는 것입니다."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