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질 때

by 이홍준

꽃은 자신을 기억해 주길 바라며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떠나간다


조화보다 생화가 아름다운 것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내 안의 수많은 벽들은

선택을 가로막는다


제자리로 가는 것이

그곳이 내 자리인 것을 알기에

그 자리가 안락하다


바람이 불어온다

정처 없이 꽃을 떨어 트린다

꽃도 바람을 반기며 낙화한다


자신의 죽음을 다른 이를 행복하게 했다

만족하며 땅으로 돌아간다

그곳이 원래 자신의 자리이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그곳이 내 자리야

꽃이 지듯

넌 유한하지도 않으면서

변명하듯 늘 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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