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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는 건

by 수써니샤인

나는 이전부터 줄곧 추운 겨울을 좋아했다.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가 폐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느낌이 좋아서.

머플러를 두껍게 두르고 팔짱을 낀 채

헤드셋을 끼고 이리저리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자기만의 계절을 나기 위한 준비를 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단순히 겨울의 나무가 앙상한 것이

몸은 말라도 내면은 강인한 내 모습을 닮은 것 같아서 그랬다.

반대로 여름은 몹시 싫었다.

끈적거리는 몸, 하늘을 보면 찌푸려지는 두 눈.

웽웽거리는 모기와 날벌레.

어디론가 들어가고 싶다는 도피성의 태도.

여름은 그저 환하긴 해도 성가신 계절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계절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은,

다소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사랑은,, 새로운 계절이 기다려질만큼이나 강력하다.

그렇게도 싫던 여름이 기대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여름이 어떤 모습일지.

귀찮기만 하던 햇살은

우리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가 되고

후덥지근한 대기는

우리를 채운 뜨거운 사랑만큼이나 열정적인 무언가가 되고

잔뜩 생긴 모기들은

‘왜, 모기 물렸어? 어디?’ 하고 걱정하게 해주는

일종의 사랑 매개체로 돌변하지.

내가 모순적이라 해도 상관없어.

사랑은 그런거지, 그런거야!

싫어하던 계절이

그 사람으로 인해 기다려진다면

그게 바로 사랑인거지.

거대하고 큼지막하다기보다는

작고 소중하고 자꾸만 떠오르는, 그런 거.

별 거 없다 정말.

이 좋은 걸 왜 이제 알았을까?

행복 그거 별 거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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