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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Oct 24. 2022

친구들은 갱년기, 나는 성장기


"엄마는 꿈이 뭐야?" 

작년 봄에 막내딸이 내게 물었다. 꿈이 뭐냐고? 얼마 만에 받아보는 질문인가? 나한테 꿈이라는 게 있었나? 난 항상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다. 하다 보면 재미가 생겼다. 하기 싫어지면 그만두고 또 다른 일을 찾았다. 늘 열심히는 살았지만 꿈을 갖고 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의 질문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딸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질문을 받고 일 년이 더 지난 뒤였다. 그날 나는 기분 좋은 똥꿈을 꾸었는데 로또를 살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좀 터무니없는 생각이지만 똥꿈의 기운으로 스스로 부자가 되고 싶었다. 꿈을 찾아서 이루고 부자가 되자 마음먹었다.


부자가 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몇 권의 책을 읽었다. 책을 쓴 부자들은 하나같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라고 했다. 부정적인 나를 버리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혼자만 생각하다 그만둘 것 같아서 글로 써야겠다 마음먹었다. 브런치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글쓰기에 관심이 생기면서 도서관에서 하는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문화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소설가와의 북 토크였는데 '소설 쓰는 ○○○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멋있었다. 소설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10년쯤 후에 내가 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부자가 되면 전 세계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꿈을 정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글을 잘 쓰는 방법도 배워야겠지만 그보다 먼저 따뜻하고 행복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선물을 하고 나약한 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달리기를 하고 보육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카이스트 배상민 교수의 강연을 보면서 그분의 눈빛이 맑고 아름답다고 느꼈다. 자신의 재능을 입신양명이 아닌 가난한 자를 위해 써야 한다고 말하는 그분의 맑은 눈빛이 부러웠다. 그런 눈빛을 갖고 싶었다.


https://youtu.be/LH71QPRuQDQ


지금 내 눈빛은 어떠한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내가 부자가 되는 것이 먼저였다. 내 꿈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예쁜 포장지에 싸인 욕심이었다. 내 꿈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기들은 백일이 지나면 뒤집기를 시도한다. 브런치에 글을 쓴 지 백일이 된 오늘, 나도 뒤집었다. 10년 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부자가 되면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내 꿈을 뒤집었다. 오늘부터 나는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할 것이고 더 열심히 글을 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나의 꿈이다.


뒤집었으니 이제 앞으로 나아가자당분간은 기어야겠지만 곧 걷고 뛸 것이다. 친구들이 갱년기를 말하는 나이 마흔아홉에 나는 성장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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