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건강한 삶을 꿈꾸며

단거리 마라톤에 도전

by 감성마루

"오랜만에 같이 뛰자."

거실에서 휴대전화로 통화 중인 남편의 외침이 들려왔다. 자세한 내용도 알지 못한 채 주방에서 건성으로 대답했다, "알았어."라고. 전화를 끊고 돌아선 남편은 두 달 뒤에 있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다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같이 뛰자는 말은 저녁 식사 후 아파트 주변이나 수영 강변을 달리자는 것으로 이해했는데 뜬금없이 십 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라니.


십여 년 전, 마라톤 동호회에서 활동 중인 남편 따라 일요일마다 새로운 인연들과 새벽바람을 가르며 동백섬과 성지곡 수원지 일대 등을 달리던 때가 있었다. 몇 회에 걸친 십 킬로미터 마라톤 대회 참여로 무리했는지 족저근막염을 만났고, 야외 달리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 탓인지 ‘이제는 60대야. 뛰고 나면 무릎이 시큰거리고 몸살도 할 수 있을 거야. 발목은, 발바닥은’ 머릿속에서는 뛰지 말아야 할 이유를 하나씩 나열하며 걱정부터 앞세우기 시작했다.


퇴직과 더불어 처음으로 여유로운 한 해를 보냈다. 여행과 외식과 텃밭 가꾸기를 하면서 함께라는 즐거움을 알게 된 탓인지 기다렸다는 듯 같이 하자는 남편의 요구가 나날이 늘어 갔다. 이번에 신청했다는 마라톤도 그중 하나였다. 회원 중에 걷는 사람도 있으니 몸에 무리가 오면 그냥 걸어도 된다며 부담 갖지 말란다. 그러면서도 굳이 가길 원하는 눈빛을 보내니 단번에 거절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다.


와다 히데키는 『60세의 마인드셋』에서 ‘정년 후인 60대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남은 인생의 전부를 좌우하는 것이다.’라며 그 나이의 활력 넘치는 삶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요즘 일본에서 고령자들 사이에 느린 달리기가 유행이라며 육체와 정신건강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내용까지 본 터라 혹하는 마음도 없진 않았다. 이왕 시작한 거, 해보기 전에 지레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퇴직 후 새로운 것들로 채워가는 내 인생에 그렇게 마라톤이 추가되었다.


평소 아파트 내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있지만 달리는 시간은 몸풀기 정도로 그리 길지 않았다. 마라톤하려면 강도를 높여야 한다. 어차피 참가하는 거, 이왕이면 완주는 해야 한다는 바람을 담아 자신과의 싸움 앞에 멈출 수 없는 발걸음으로 변한다. 리듬을 실어 수많은 숫자를 되뇌거나, 옆 사람의 발소리에 장단을 맞추기도 하고, 때로는 텔레비전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한 시간가량 내달린다. 그만 뛰자고 유혹하는 몸과 마음을 뒤로한 채 달린 끝에는 항상 성취감이 기다리고 있다. 젖은 운동복만이 잘하고 있다는 증표로 남겨진다.


마라톤이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며칠 전부터 노을이 내려앉은 길 위를, 이른 새벽 이는 바람을 가르는 야외 달리기도 시작되었다. 언젠가는 달리기를 즐길 수 없게 될 날이 올 것임을 알기에 달릴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하며 즐겁게 달려보련다. 새로운 도전의 끝에 섰을 때 뒤돌아보며 웃을 수 있는 그런 내일과 마주하길 소원하며 60대의 달리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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