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견디는 한 엔지니어의 사소한 발견
내 생일이 있는 12월이면,
어릴 적엔 낭만이었고
젊을 땐 추억이었으며
서른 중엽인 지금은 골칫덩이가 되어버린 녀석이 있다.
이름하여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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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출근길과 외근길(필자는 엔지니어다),
내 워크플레이스와 워크플랜을
아무렇지 않게 짓밟아버리곤 한다.
때로는 나를
‘강제로’ 부지런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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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를 걸을 때 들리는 “뽀드득” 소리.
문득 뒤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그리 반듯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건
지나온 세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요즘엔 그런 모습조차 자연스러워 보여
‘나도 보통사람이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그러고 보면, 나도 조금은 어른이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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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에는
눈이 평생 한 번도 내리지 않는다지만,
그 사실을 책으로 읽을 때보다
그 나라의 12월을 직접 마주했을 때
비로소 감각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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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사계절은,
좁은 땅 위에 집을 지을 때
반드시 하나쯤 들여놓아야 하는
옷장처럼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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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의 멋이 꽤나 보편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높은 인구밀도 때문이 아니라
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스치게 되는
사람들의 ‘결’이 묘하게 닮아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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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혹시—
다가올 새해의 따스함이 오기 전에
네가 먼저 스며들어 그런 거라면,
사과할게.
하지만, 적당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