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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하기 전엔 데뷔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았다. 그러나 데뷔는 그저 데뷔일뿐이었다. 축제에서 첫 무대를 가진 뒤, 너튜브로 매일 같이 축제 영상을 검색해 보고 있지만, 김용명이 나온 영상의 조회수는 겨우 300회밖에 못 넘은 주제에, 벌써 숨을 헐떡였다. 몇천 회는커녕, 400이 이 영상이 낼 수 있는 힘의 최대치는 아닐까, 암울한 전망도 했다.
무엇보다 댓글 하나 없는 무관심이 나를 더 혼란에 빠뜨렸다. 유금미가 주문한 ‘만선’의 기쁨을 만끽하는 곡을 써야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과연 맞는 걸까? 하는 의심이 계속 머리를 쳐드는 것이다.
“들어와라… 들어와…”
어디 가서 내향인이란 말은 하지 말아야지. 이젠 평행우주 시스템 오류를 대놓고 기다리고 있다. 어젠 너무 답답해서 공연히 집 문을 두어 번 더 열었다, 닫았다 했다. 혹시나 다른 세계의 문이 열릴까 싶어서. 하지만 요행을 바라는 내게 신은, 아무런 도우미도 보내주지 않았다.
물론 지난번에 만났던 동화 작가 지망생 명진명의 도움으로, 박 타기라는 콘셉트로 가사를 만들기는 했다. 문제는, 정말 이 내용으로 가도 되겠냐는 의심, 그리고 만드는 곡마다 풍요로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번씩 답답함에 작곡가 커뮤니티라도 들어가 평가를 받을까, 하다가도 도무지 올릴 용기가 나지 않아, 몇 번을 다시 백했다. 어차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뭐가 그리 어렵냐? 스스로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그때 뜻밖에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별로야,라는 평가보다 내가 생각하는 결의 피드백을 받지 못할 것을 두려워한다는 걸 말이다.
[철컥-]
헤드폰을 끼고 신시사이저로 뚱땅거리느라 누군가 우리 집 문을 열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어…!!”
드디어 나타났다…! 명진명이…! 나는 반가움에 헤드폰을 벗는 것도 잊은 채, 현관으로 성큼 걸어가다 헤드폰이 뒤로 쏙 벗겨져 아주 우스꽝스러운 꼴로 다른 세계의 나를 맞이했다.
“어어… 반가워요…!”
애타게 기다렸던 만남이라, 성큼 다가서기는 했으나, 그 과감한 행동에 스스로 당황해서 손을 내밀지도 못하고, 현관 앞에서야 발가락이 꽉 힘을 주었다. 야, 그만 오버하라고!
“어… 예예… 반갑습니다…”
어색하게 꾸벅꾸벅 얕게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인사를 하는 그가, 오리지널 명진명 같았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이 명진명 같지 않은 새낀 뭐야?’ 하는 혼란함이 정신없이 일렁였다.
“아…! 저, 시스템 오류가 너무 오랜만이라, 반… 반가워서…”
“아아… 그러셨군요. 저도 한… 2주 만인 것 같긴 하네요.”
어색한 인사와 함께, 그의 손이 자연스레 바지 주머니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건 분명 오류 복구 아이템을 찾는 행동이다…! 안돼…!
“어어…!! 잠시만요!”
“예?”
“그… 지… 지금 많이 바쁘신가요?”
“어… 예… 조… 조금요. 뭐 하실 말씀이라도…?”
역시 명진명은 투명하다. 조금 바쁘다고 더듬는 말속에, 거짓말이 슬그머니 비친다.
“다름이 아니라… 물… 물론 너무 바쁘시겠지만! 시간을 아주 조금이라도 내주실 수 있다면, 제… 제가 만든 곡을 한 번만 들어봐 주실 수 있으실까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