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분이 꽤 나쁘지 않다. 꼬투리 하나 잡히면 괜히 물어뜯으며 '나는 불행하고 안쓰러워.'라고 생각하던 시절과 많이 달라졌다. 그때는 뭐가 그렇게 싫었을까? 나의 잘못을 세상에게 전가하고, 나의 불행을 남들에게 투영시키려고 했던 과거가 부끄럽다.
최근에는 파도가 꽤 잦아들었다. 끊임없이 몰아치던 폭풍과 비바람은 햇살과 산들바람이 되었고, 먹구름 끼던 날에는 구름 몇 점 떠다니는 파란 하늘이 있다. 고요한 하늘은 어디 가지않고 그 자리 그대로 있었을텐데 먹구름을 몰고 온건 나였다. 나의 기상상태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된다는 말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기분이 태도가 되었었다. 일을 하다가도 기분나쁜 일이 있다면 곧장 표정으로 하고싶은 말을 대신하곤 했다. 나는 표정관리를 잘 하고 있고 남들은 모를거야, 라는 헛된 생각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지속했었다. 자기비하를 끊임없이 하다보니 나의 불행은 남들에 의한, 세상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것이라고 남탓을 하곤 했다. 그건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을 깨닳기 까지는 몇년의 시간이 걸렸다.
요즘은 꽤 많이 바뀐 것 같다. 무더운 거리를 걸을 때 우거진 숲 아래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한 여름에 먹는 시원하고 달큰한 수박,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농땡이를 피우며 침대에 누워있는 내 모습, 거리를 걸으며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볼때, 음악을 듣지 않고 하천을 걸으면서 느껴지는 자유. 큰게 아닌 작은것, 사소한것에 소소한 기쁨을 느끼게 됐다. 나의 기분은 꽤나 건강해졌다.
사소한것에 대해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 즐거워졌다. 무거운 빗물을 한가득 머금고 쏟아내릴 준비를 하는 먹구름과 비슷했던 예전은 지나가고 햇빛이 땅 위를 비추니 새파란 이파리들이 올라오는 것 같다. 물론 매일이 지금과 같이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건 아니다. 기분의 공백도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어둠이 있어야 빛이 존재하듯이 허무한 기분의 공백이 지나가고 나서 다가오는 사소한 즐거움이 난 좋다. 내 기분은 어느때보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