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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by 이해솔

현대인에게 하루를 보내는 도중, 빠질 수 없는 친구는 단연코 커피일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먹는 모닝 커피는 눈뜨기 힘들고 몽롱한 정신을 깨워준다. 잠들어있던 정신을 깨워주고 정신의 환기를 통해 하루를 더 활기차게 시작하게 해준다. 점심을 먹고 마시는 커피는 점심을 먹고 나서 몰려오는 식곤증을 어느정도 몰아내준다. 특히 요즘처럼 날이 덥고, 화창한 날씨에 일하기 싫은 욕구가 넘쳐나면서 업무 효율이 떨어질때가 많다. 그때 시원한 커피를 한모금 마셔주면 씁쓸하고 고소함, 때로는 혀를 살짝 찌르는 산미가 느껴짐으로써 정신을 차리게 해준다. 저녁은 아무래도 커피를 자제하는게 좋을 것 같다. 너무 늦게 마시는 커피는 카페인으로 인해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디카페인을 마시고 하루를 마무리 하는것이 제일 이상적이라고 생각된다.


커피는 첫 인상이 그렇게 좋은 음료는 아니다. 커피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면 백이면 백, 커피 원두의 쓴맛에 곧장 한약을 연상시킬 것이다. 그래서 우유나 크림을 커피에 섞어주는 커피에 천천히 적응을 하기 시작한다. 처음 느꼈던 커피의 쓴 인상은 점차 바뀌기 시작한다. 특히 직장인이 되고 나서 아메리카노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아침에 먹는 아메리카노는 정신을 깨워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로, 점심에 먹는 아메리카노는 식곤증을 해결해주는 해결사로 인식이 바뀐다. 그렇게 커피는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존재에서 하루의 활력소와 같은 존재로 탈바꿈하게 된다.


커피의 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에스프레소를 추천한다. 나도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가끔 마실때가 있다. 조그마한 잔에 오로지 샷만 담아주는 에스프레소는 커피 원두의 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처음 한입을 머금으면 강렬한 쓴맛이 찾아온다. 이때를 잘 견뎌야 한다. 한입을 살짝 머금고 있다가 천천히 삼키면 원두의 모든 맛이 잘 느껴진다. 쓴맛 뒤에 찾아오는 고소함, 산미, 어느정도 지니고 있는 탄맛, 원두 고유의 향 등 다양한 맛이 느껴지면서 마지막은 입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커피의 본 모습을 벗겨내어 모든것을 알아버린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아메리카노를 자주 먹는다면 에스프레소는 꼭 한번쯤 먹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물론 나도 에스프레소에 깊은 지식이 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일개 일반인인 내가 에스프레소를 먹었을 때 나쁘지 않고 다양한 향과 맛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런 맛을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도 정말 커피를 많이 마신다. 하루에 많이 마시면 투 샷 기준으로 최대 두잔을 마신 날도 있다(물론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눈앞이 어지럽고, 도핑된 것마냥 상태가 이상해진다). 일을 시작하기 전 한잔, 운동 시작하기 전 한잔 해서 마시면 마신날에는 좋았지만 그 다음날에 곤욕을 치렀다. 다음날 아침에 오히려 몸이 무거웠고, 전날에 그 다음날의 기운을 끌어다 쓴 기분이 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커피를 최대 한 잔 정도로 자제하고 있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우리를 깨워주는 장본인이다. 카페인은 적당히 섭취하면 운동을 할 때나 업무를 볼때 집중도가 올라가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그래서 한주에 한번씩 카페인 디톡스를 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카페인의 역치가 너무 높아지면 아무리 섭취해도 카페인의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적당히 마셔주는게 좋을 것 같다.


어쩔때는 고마운 존재로, 너무 많이 마시면 몸에 해를 끼칠수도 있는 존재로 변하는 커피는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참 어울린다. 만약 커피가 인간이 된다면 정말 매력적인 인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가까이 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지 않을까? 내게 활력을 심어주는 커피같은 주변인이 있다면 인생을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커피는 나의 평생 벗이다. 하루에 한 잔, 빼먹으면 허전한 친구, 너무 자주 만나면 피곤한 친구, 내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친구. 언제나 지금처럼 사라지지 않고 내 곁에 있으면 좋겠다. 이 글도 커피와 함께 작성하고 있다. 오늘따라 유난히 커피맛이 쓰다. 자신을 욕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이만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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