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집 밖을 나갈 때 옷을 갖춰 입고 나간다. 속옷, 상의, 하의, 양말 등 모든 옷을 갖춰 입고 나서 맨 마지막에 신발을 신어준다. 신발은 착장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 같다. 다른 옷을 다 입을 때까지 신발은 아무도 없는 밑바닥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신발은 우리에게 불평불만하지 않는다. 항상 착장의 맨 후순위가 되었을 때, 땅바닥과 마주 보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릴 때, 사람들이 서로 만날 때 시선은 얼굴로 가기 때문에 신발의 존재를 잘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조용히, 묵묵히 우리의 발을 감싸준다. 뜨거운 무더위에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걸을 때도 개치 않는다. 추운 날씨에 흰 눈이 발목까지 올라와서 눈이 신발을 덮어버릴 때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단단히, 항상 그 자리에서 우리의 발을 지켜준다.
인간들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어 하는 욕구가 조금은 있을 것이다. 밑바닥보다는 가능한 더 높은 자리를 탐내곤 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나온 반지하의 삶보다는 주인공 가족과 대비되는 대저택의 삶을 더 추구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 높이의 수준에 그에 따른 윤택한 삶에 대한 갈망이 가슴 한편에 다들 자리 잡고 있을 것이고, 그것을 부정한다고 하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물론 완전 반대의 사람도 있을 것이고 확신하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신발은 항상 밑바닥이다. 신발을 모자처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잘 없다. 그리고 고독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둘이 있어야 하나로 인식되곤 한다. 짝이 없다면 멀쩡한 신발도 버려질 수 있다. 혼자가 싫은 친구들은 신발이 부러울 수 있겠지만, 고독을 어느 정도 즐길 줄 알아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고독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을 더 외롭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겠나, 우리는 발이 두 개인 것을.. 항상 신발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나는 신발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옷을 입은 걸 본다면 가끔 신발이 먼저 눈에 들어오곤 한다. 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을 한 신발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무채색 착장에 존재감 넘치는 신발만 신어줘도 멋스러운 사람으로 보인다. 그만큼 신발은 시선이 잘 안 가는 바닥에서 우리의 착장을 위해 노력해 준다.
용도도 굉장히 다양하다. 헬스, 러닝, 등산, 클라이밍, 크로스핏, 워킹화, 작업화, 실내화, 욕실화 등 굉장히 많은 종류가 있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신발이 가장 빛날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이 재미있다. 또한 용도에 맞고 튼튼한 신발을 장만한다면 10년 이상은 거뜬히 신고도 남는다. 오랫동안 함께하면 추억이 생기는 것도, 어떤 옷은 오래 입어도 몇 년 못 가는 반면에 신발은 그렇지 않다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항상 딱딱한 바닥에서 우리의 발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신발에게 감사하다. 그런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최근에 갖고 싶었던 신발을 하나 더 장만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신발을 사줄 수 있는 나의 지갑과 통장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고 싶다. 열심히 벌어서 열심히 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