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ree Aug 30. 2024

처음은 항상 어려워

뭐든, 시작이 제일 어렵다. 처음은 늘 미숙하고 엉망이다.

처음은 항상 어려워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그렇지만 얼마나 간절하기에 처음부터 무언가를 얻고자 할까. 나는 처음 진료를 받았던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기로 했다. 의사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는데도 계속 졸피뎀을 늘려갔다. 그냥 대충 진료하며 시간을 때우고 약만 달랑 처방해 주었다. 나의 상태는 더 악화되고 있었다. 정신과는 유독 본인과 잘 맞는 의사를 찾기가 힘들다. 용기 내어 병원을 찾았는데, 성의 없고 무관심한 태도의 의사 때문에 오히려 상처를 받고서 다시는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처음부터 나와 잘 맞는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책임감 없이 약만 증량해 주는 의사 말고, 증상에 따라 적절히 처방해 주는 그런 의사를 만났다면 내가 이렇게나 긴 시간을 힘들어했을까? 이제와 질문한들 이미 다 지난 일이다. 몇 년간 그 의사를 원망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좋은 의사를 만나지 못했을 수 있지. 그렇다고 실망은 금물이다. 병원을 바꿔가며 내게 맞는 선생님을 찾는 과정은 필수니까. 일어날 기력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고된 일일 테지만, 그러한 과정 없이는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은 항상 어려워 2


정신과에 대한 진입장벽 때문에 마음의 병을 앓아도 혼자 끙끙대는 사람들이 있다. '나 정도는 병원 갈 만큼 심각한 거 아니야.' '다들 이렇게 살아가' '내가 더 노력하면 돼' '내가 멘탈이 나약해서 그래' '정신과에 가면 기록이 남아서 나에게 불리해'라고 되뇌면서 말이다. 이 글을 읽으며 본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혼자 버티지 말고 꼭 병원을 찾기를 권한다. 우울증은 약 없이 홀로 노력한다고 낫는 병이 아니다. 

용기 내어 병원을 방문한다고 해도 '왜' 병원을 찾아왔는지를 의사에게 말하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을 거다. 나를 괴롭게 하는 일들을 복기하고, 그걸 또 내 입으로 줄줄 읊어야 하니까. 내 얘기에 대한 의사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면, 더욱더 병원에 가기 싫어진다. 의사가 적극적인 공감은커녕, 형식적으로 약만 처방해 주어서 기분이 상한 사람들이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정신과 의사는 내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의사처럼, 환자의 '증상'에 맞게 약을 처방할 뿐이다.

아픔에 대한 공감과 위로는 심리상담의 영역이다. 의사는 진료를 보고, 약은 약사가 지어준다. 귀가 아파서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내 아픔에 대한 위로와 공감을 해주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않듯이, 정신과를 찾았을 때 의사가 조금 무뚝뚝한 것 같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일단, 처방받은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어보자. 

이전 02화 셜록 홈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