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vs소비자
"야구부의 고객은 누구니? 난 그걸 모르겠어 이 책에는 말이야, '기업의 목적과 사명을 정의할 때, 출발점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고객이다. 사업은 고객에 의해 정의된다'라고 적혀 있는데 야구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객이 누구인지 도무지 모르겠어"
"만약 고교 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라는 책이 있다. 이름도 길고 책 표지가 하이틴 소설 같아서 사볼 생각이 없었다. 최근에 책을 읽고 '하이틴 야구 소설'이 아니라 일종의 경영 입문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은 고등학교 야구부의 매니저 미나미가 야구부 운영의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을 그린다. 명색이 매니저라 서점에서 매니지먼트에 대한 책을 추천받았는데 그게 피터 드러커의 경영 이론서 [매니지먼트]였다. '야구부의 고객은 누구인가?' 미나미는 매니지먼트에 나온 경영 이론을 바탕으로 야구부의 정의를 고민하고 이를 위해 야구부의 고객이 누구인지를 찾기 위해 고심한다.
한 회사의 리더로서 책을 읽으며 자꾸 내가 속한 조직과 연결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반쯤 읽은 후에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펼쳤다.
-모든 조직에서 공통된 관점, 이해, 방향설정, 노력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사업은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 하나?' 를 정의해야 한다.
-기업의 목적과 사명을 정의할 때, 출발점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고객이다. 사업은 고객에 의해 정의된다.
-자기가 하는 사업이 무엇인지를 아는 건 간단하고 빤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철강회사는 쇠를 만들고 철도회사는 화물과 승객을 실어 나르며 은행은 돈을 빌려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사업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엔 대부분의 경우 대답하기 힘들다. 빤한 답이 옳은 경우는 거의 없다.
-1930년대의 대공항 때, 수리공에서 시작해 캐딜락 사업부의 경영을 책임지기에 이른 니콜라스 드레이슈타트는 "우리 경쟁 상대는 바로 다이아몬드나 밍크코트다 우리 고객이 구입하는 것은 운송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던 캐딜락을 구했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광고의 고객을 누구로 정의할지, 고객에게 무엇을 팔지에 따라 업의 정의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광고에 있어 고객은 누구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광고 업을 정의 내리는 숙제다.
광고를 의뢰하는 광고주일까? 광고를 보는 타겟 시청자일까?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일까?
광고의 고객이 누구인가에 따라 광고업의 정의는 달라진다.
그런데 광고업에서 고객의 정의는 쉬울까? 그렇지 않다. 피터드러커도 그렇게 말한다.
-쉬운 질문이 아니다. 답이 빤한 질문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기업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결정된다.
-빤한 답이 옳은 경우는 거의 없다.
광고를 의뢰하는 광고주가 고객이라고 정의한다면 '광고는 기업에 광고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라는 빤한 답이 나온다. 광고를 시청하는 타겟 소비자를 고객이라고 정의한다면 '소비자에게 제품 서비스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빤한 업의 정의가 될 것이다.
캐딜락이 고객을 '운송 수단을 필요한 사람'으로 빤하게 정의했다면 결과적으로 파산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자동차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사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정의했고 아마 그 후에는 오히려 가격을 올리거나 더 프리미엄 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현재까지 그 정의는 많은 럭셔리 브랜드 자동차 회사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되었고 그것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야구부에서 감동을 원하는 고객이 있지. 감동을 원하는 사람이 고객이었던 거야.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야구부에 대한 정의였어. 야구부가 해야 할 일은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거야' 야구부에 대한 정의는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조직'이었던 거야"
"만약 고교 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의 소설 속 매니저인 미나미는 야구에서 감동을 원하는 사람을 고객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야구부가 해야 하는 일, 업의 정의를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으로 정의한다. 나는 아직 소설의 전부를 읽지 못했다. 하지만 아마 미나미가 야구부를 그렇게 정의한 이상, 고시엔 출전이나 승패의 문제가 아닌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광고업에서의 고객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광고주와 소비자를 고객으로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빤한 답은 피터 드러커의 말해 의하면 제대로 된 정의가 아니다. 고객을 광고주로 정의하고 광고주를 만족시키는 일로 업을 정의 내렸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빤하다. 고객을 소비자로 정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고객을 광고주, 소비자 누구로 정하는가에 따라 광고업의 정의는 매우 달라지고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광고 역시 매우 다른 모습을 갖게 될 것이다.
피터드러커의 기업 철학에 공감하고 그 후에 내가 속한 광고대행사의 업을 정의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나만의 고객 정의와 광고업의 정의를 갖고 있다.
광고에서의 고객은 누구이고 그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업의 정의는 내가 어떤 광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와 나침반이 된다.
광고의 고객이 대중이며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광고업의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광고의 고객은 철저히 광고주이며 광고주의 최대 이익에 봉사해야 한다는 업의 정의도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광고의 선한 영향력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픈 착한 욕망의 관점에서 광고 정의를 내릴 수도 있다.
업의 정의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자신만의 생각으로 고객을 정의하고 업을 정의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다른 여러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고객은 광고주와 소비자 둘 모두다. 단 그 앞에 '제품의 숨겨진 가치를 모르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자신의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의 숨겨진 가치를 모르는 광고주
-제품의 숨겨진 가치를 잘 몰라 구매를 하지 못하거나 망설이는 소비자
제품의 숨겨진 가치는 소비자는 물론이거니와 광고주가 모를 때도 많다.
따라서 나는 광고업을 '광고주가 모르는 제품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지금은 공기업의 브랜딩 과제를 수행 중이다. 이 기업이 운영하는 공간의 브랜딩을 고민하고 있다. 새로운 공간이 아니고 오랜 시간 운영되어 온, 누구나 아는 공간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은 그 공간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광고를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는 일로 정의한 나는 이번에도 '이 공간의 숨겨진 가치는 무엇인가'로 경쟁 비딩의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 피터 드러커의 생각처럼 빤하지 않게 고객을 정의하고 빤하지 않게 업을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고객과 업을 정의한 기업들의 광고는 어렵지 않다. 그럴 때 광고는 이미 잘 만들어낸 가치를 크리에이티브하게 전달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이 많지 않다면 광고대행사는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를 만들기 전에 제품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읽었으나 거의 기억 속에 삭제되었던 피터드러커의 책을 몇 권 샀다. 다시 읽으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경영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