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재 셰프에게 배운 광고

by 김대영

“손님이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 서비스가 실패한 것”


롱블랙에 안성재 셰프의 인터뷰 기사가 올라왔다.

안성재 셰프는 손님이 빈 물컵을 바라볼 때 물을 따라주고, 문을 나서기 전에 먼저 열어주는 것처럼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고객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이 자신의 서비스 철학이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언젠가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숟가락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직원이 시키기도 전에 냉큼 숟가락을 들고 와서 놀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서비스가 있는 식당을 쉽게 만나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고객보다 먼저 움직인다.’

“손님이 뭐가 필요한지 본인조차 모를 때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해요. 고객이 뭔가를 요청할 필요도 없을 때 편안함을 느끼죠. 미리 준비해서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만들어 줄 때, 감동이 생겨요. 좋은 서비스는 그런 거예요.”


펜타클의 동료들에게 "감동은 기대하지 않은 순간을 넘어설 때 나온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우리의 일은 클라이언트의 브랜드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주는 일이며 제품과 서비스의 좋은 가치를 전해 브랜드의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일이다.


결국 광고대행사의 고객은 광고주이며 이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안성재 셰프가 이야기 한 고객 서비스 철학과 같아야 한다. 광고주가 시킨 일 만을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그들의 일을 대행하는 도구로서 우리를 한정 짓는 일이라 생각한다.

광고주가 원하는 것, 브랜딩과 마케팅의 과제에서 필요한 것을 파악해 광고주보다 먼저 움직일 때 우리 스스로의 존재가치가 빛날 수 있다.

“손님이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 서비스가 실패한 것”

이 것을 우리의 일에 접목시킨다면 '광고주가 시킨 일을 하는 순간 광고 서비스는 실패한 것'이라고 바꿀 수 있다.

광고대행사의 존재가치는 광고주의 생각을 광고로 만드는데 있지 않다. 광고주가 하지 못한 생각, 찾지 못한 해답을 제안하는 데 있다. 광고주가 시킨 일 만을 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을 먼저 제안하지 못했거나 제안한 생각을 팔지 못한 것과 같다. 궁극적으로 광고대행사로서 우리의 가치를 팔지 못한 것이다.


최근 연장 계약을 하게 된 보험사 클라이언트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다.

클라이언트가 시킨 일이 '아닌 일'에 대한 내용이 담긴 메일이었다. 해당 브랜드의 진정성을 갖고 있기에 꼭 드려야 하는 의견이었지만 조심스러웠다. 시킨 일에 반대되는 내용이기에 자칫 말 듣지 않는 '을'이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광고주는 나의 생각에 동의해 주었고 기존의 전략을 변경했다.

언제나 생각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을'의 진심을 이해하고 받아준 광고주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안성재 셰프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열정은 없어도 돼요. 있다가도 없는 게 열정이라 생각해요. 진정성이 없고, 마음이 앞설 때 쓰기 쉬운 말이 열정이죠. 경력도 기술도 중요하지 않아요. 뭐가 됐든 진정성 있게 요리에 임하는 사람이 좋은 요리사라고 생각해요."

요리에서도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말이 놀라웠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요리에 임하고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좋은 요리를 내놓는 것. 광고주의 브랜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로 좋은 가치와 가치를 잘 담은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해 소비자에게 내놓는 것.

광고와 요리는 그런 면에서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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