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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자까 Jun 27. 2024

피디 VS 작가, 자막은 누가 써야 해?

방송의 꽃, 자막

방송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자막 쓰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저 자막 누가 쓴 거야? 한참 웃었네"


나도 방송을 시작하기 전 자막을 볼 때 이런 생각을 했던 경우가 많다. 결국 뭐 누군가 쓰겠지... 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자막은 작가의 롤이 아닌 경우가 많다. 방송국 분위기마다, 팀 분위기마다 자막은 쓰는 사람이 다르다. 피디가 편집을 하면서 재치 있게 얹기도 하고 작가가 영상편집본을 보고 자막을 한글에 정리해서 주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작가가 자막 디자인까지 정하는 경우이다. 전자는 자막의 타이밍이 중요한 예능에서, 후자는 팩트 체크가 중요한 다큐에서 그런 경우가 많다. 


피디 VS 작가, 자막은 누가 써야 해? 


사실 아직까지도 자막이 누구의 롤인지 불분명하다. 그래서 피디와 작가가 누구의 롤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자막은 엄청나게 큰 폼이 들기 때문이다. 자막을 한번 쓰기 시작하면, 맞춤법 검사는 물론이고 비문은 없는지, 혐오발언은 없는지(잼민이), 시대의 흐름에 맞는 용어인지(유모차-> 유아차 등) 예민하게 봐야 한다. 이런 것들을 방영일자에 맞춰 빠르게 검수하려면, 밤새기는 부지기수다. 거기에 촬영이 조금만 늦어진다면 하루 밤새서 많은 양의 텍스트를 확인해야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힘든 '자막'의 롤을 가지고 피디와 작가는 누가 쓸 건지 아직도 논의 중인 것이다. 


자막? 방송사마다 다른 분위기


내가 오랫동안 있어본 곳은 아무래도 EBS, SBS였다. 둘만 해도 확연히 다르다. EBS는 무조건 자막은 작가들이 쓴다. 하지만, SBS는 피디들이 무조건 쓴다. 그래서 EBS에서 막내작가 생활을 오래 했던 나는 SBS에서 입봉을 하게 되었을 때 깜짝 놀랐었다. '자막을 왜 피디들이 쓰지?' 하면서 말이다. 근데 확실히 나는 느꼈었던 게, 자막은 확실히 (유능한) 피디들이 잘 쓴다. 작가들이 아무리 잘 써봐야 (유능한) 피디만 못하다. 자막분야에서는 그렇다고 느꼈다. 작가들은 마음을 울리는 문장으로 시청자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을 한다면, 피디는 자신이 편집한 컷과 컷 사이의 간결한 문구로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 작가와 피디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EBS? 자막도 직접 디자인해! 

EBS는 토네이도라는 자막 편집 프로그램을 작가들이 직접 사용한다. 그래서 EBS에 오래 있었던 작가들은 서로 '자막 감독님'이라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한다.  





이런 식으로 토네이도에서 자막 글씨체를 바꾸기도 하고. 중요한 글씨에는 색도 직접 바꾼다. 특집 편에 만약에 피디님이 욕심이 좀 난다면, 외부에 자막을 의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 편에 욕심이 나실 경우... 자막디자인을 바꾸는 건 작가의 몫이 되기도 한다. 



등골이 오싹했던 자막 실수


 의학 다큐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내가 담당한 두 번째 회차였다. 첫회차는 피디님, 조연출, 작가님이 모두 신경 써주셔서 마음의 부담을 덜었었다. 여러 사람이 체크하니 결국 심의도 몇 개 없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두 번째 회차, 나 혼자 50분 영상물의 자막을 밤새서 써야 했을 때였다. 밤을 새 가며 정말 열심히 자막을 썼었다.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도 돌려보고, 자막을 한번 읽어보기까지 했다. 그렇게... 종편까지 무사히 마치고 심의 내용을 보니 첫회차랑 똑같이 몇 개 없었다. 

하지만... 회의에서 우리 팀 회차를 다시 보게 되는데... 작가님께서 지적하신 단어 하나... 

  "방광을 드러내? 들어내야지." 

 방송 나가기 3시간 전의 일이었다. 당장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피디님과 조연출도 투입이 된 지 얼마 안 된 터라,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그래서 우리 팀의 결론은 일단 방송하고 다시 보기 서비스를 수정하자는 것이었다... 

이후에 고개를 푹 숙이고 피디님과 작가님 앞에 섰었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니, 피디님과 작가님 눈에는 그런 내가 너무 불쌍해 보였던 것 같다. 피디님이 입을 열었다

  '기죽지 마' 

 작가님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때는 항상, 내가 작가를 해도 되는 것인지, 내가 그럴 역량이 있는지 궁금했었다. 이 두 분은 이런 식으로 계속 나를 끌어주셨었다. 



 자막은 항상 밤새서... 그러니 오타가 안 보이지


 텍스트를 매일 보는 작가들도 여러 번 밤새다 보면, 귀신 씐 듯 오타가 안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실수는 더블체크를 통해 줄이려고 하지만, 작가 후배들도 연출진도 같이 밤을 새기에... 한 사람이 못 보면 줄줄이 못 보는 경우도 간혹 생긴다... 정말이다... 

 그래서 요즘 유튜브에서 오타를 정말 많이 보는데, 그래도 그냥 마감시간에 급했겠거니... 하면서 넘어간다. 내가 이 오타를 댓글에 써봤자, 이 영상을 제작한 젊은 이들만 윗분들한테 혼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나 스스로도 오타에 예민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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