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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Sep 09. 2024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심정지가 온 엄마를 응급실에 뉘어놓고 제정신이 아닌 내게 건넨 의사의 한 마디였다.


언제부턴가 생긴 습관 중의 하나가 거실과 내 방을 들락거리며 엄마를 살피는 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자주 가는 엄마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기 위해서다.

그날도 늦은 밤 원고를 쓰면서 엄마를 관찰하며 왔다 갔다 하다가 새벽 1시쯤 거실로 나가봤다.

그런데 입에 거품을 물고 축 쳐져 혼수상태로 보이는 엄마!

흔들어 깨워봐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 엄마의 몸을 일으켜 세우고 침을 닦아내면서

침착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아빠를 깨우고 엄마의 상태를 얘기하고 바로

구급차를 불렀다.

나는 구급차를 타고 엄마와 함께 대학 병원 응급실로 갔고 아빠는 곧 뒤따라 오셨다.


병원에 도착해서 엄마를 응급실로 옮기는 사이, 갑자기 심정지가 왔고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대여섯 명의 의료진이 엄마에게 붙어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면서 보호자는 나가 계시라고 하는데 등 떠밀려 나오면서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저 꿈이길...


함께 왔던 구급대원이 내게 구급차 이용에 대한 사인을 받으며 상태가 좋진 않으신 것 같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다고 얘기를 할 때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잠시 후, 보호자를 찾는 의사 선생님....


"심정지가 왔는데 다행히 금방 소생이 되셨어요. 근데 이게 언제 다시 심정지가 올지

 알 수 없고 그때도 금방 소생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심정지가 몇 초 동안 있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지만 내용은 이랬다 )


뒤따라 온 아빠가 도착을 했고 나는 이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때서야 참고 있던 눈물이 터졌다.

마음의 준비라니...

그게 준비를 한다고 준비가 되는 것인가?

그리고 그런 준비라면 하고 싶지 않았다. 내려놓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아빠와 서로에게 의지하며 차가운 보호자 대기실에서 한없는 기다림을 함께 했다.


어느새 환하게 날은 밝아오고 다행히 엄마는 안정을 찾았지만 일단 중환자실로 옮겨진다고 그전에 잠시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을 허락받았다. 말은 할 수가 없는 상태라 내 얘기에 고개만 끄덕이며 눈물을 흘리는

엄마에게 선생님들 말씀만 잘 듣고 치료 잘 받으면 금방 나아질 거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엄마는 중환자실로 향했고 나는 입원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서 다시 중환자실 앞에서 간호사 선생님의

호출을 기다렸다. 잠시 후 호출을 받고 들어가서 물품을 전달하고 잠든 엄마의 얼굴을 잠깐 보고 나왔다.

그때가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배가 고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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