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리고 낮잠을 주무시던 아빠는 어느새 다시 옷을 갈아입고 오후 출근을 또 하신다.
게으름을 피울 만도 한데, 누가 등을 떠미는 것도 아닌데 우리의 모범 기사님은 손님을 태우러
또 출동을 하신다.
오늘은 또 어떤 손님을 만나고 어떤 세상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아빠의 손님 태우기는 세상과 만나는 일이다.
시장 앞에서 태운 할머니 손님은 손자가 좋아하는 코다리조림을 5만 원어치나 사서
집에 가는 길이라고 그 시장에 아주 유명한 코다리조림 반찬집이 있다는 걸
얘기해 주기도 하고,
병원 앞에서 정차해 있다가 태운 손님은 요즘 응급실에서는 그 병원에 다닌 차트 기록이 없으면
아예 받아주질 않는다는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또 아주 무더운 날, 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은 할머니는 앱으로 택시 부르는 걸 할 줄 몰라서
무조건 길에 나와서 택시를 잡는다고 하셨단다.
그때부터 아빠는 길에 서서 택시를 잡는 어르신들을 놓치지 않고 태우려고 한다고 하셨다.
누군가는 편리하다고만 생각했던 것이 누군가에겐 불편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이럴 때 다시 한번 깨닫는다. 모두에게 좋은 건 없다는 것...
미디어를 통해, 온라인을 통해 만나는 세상도 다양하고 흥미롭지만
하루동안 아빠가 겪은 세상 이야기를 듣는 일은
그 어떤 매체보다 생생하게 살아있고 실감나고 재밌다.
오늘은 또 어떤 손님을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만나고 오실까..
아빠의 퇴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