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을 돌아보다

영화 '007 스카이폴'

by 영화파파 은파파

전진하다 잠시 멈추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

'007 시리즈'는 영국의 자존심이다. 1962년 '007 살인번호'로 시작하여, 2021년 '007 노 타임 투 다이'까지 총 25편의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시리즈물이다. 영화의 내용, 구성 요소 등이 산업과 IT 기술 발전에 따라 많은 변화를 이뤘다. 역사의 흐름,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머금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허나, 계속된 발전과 변화에 따라 진부함이 느껴질 때, '007 스카이폴'은 달랐다. 과거를 돌아보고 새것을 수용하는 자세로 신과 구의 조화를 이룬다. 우선, 007이 소지하는 무기와 액션의 형태가 바뀐다. 최첨단 과학 기술의 집약체였던 007의 장비가 단순하고 아날로그적인 형태로 변모하고, 액션의 형태도 고전적인 향이 풍긴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장비에 의존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이번 '007 스카이폴'에서는 '007은 제임스 본드'라는 명제를 더욱 확실히 잡는 모습이다. '007은 제임스 본드'란 명제는 이 시리즈의 정체성이다. 여기서 '다니엘 크레이그'와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 대결은 영화의 또 다른 묘미다. 세월을 입은 '제임스 본드'를 더욱 자신에게 맞추는 '다니엘 크레이그'와 악역으로써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하비에르 바르뎀'이다. 끝으로 '007 시리즈'를 트렌드와 반대 지점으로 끌고 가 새롭게 탄생시킨 '샘 멘데스' 감독의 역량 또한 인상적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영화 '007 스카이폴'의 전체적인 필자의 생각과 두 배우의 연기력, 그리고 첩보 장르에 고전적인 품격까지 입힌 '샘 멘데스' 감독의 연출에 대해 다뤄본다.


common (5).jpg 007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영화의 내부적인 요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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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오래된 팬들에게는 향수를, 신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1. 007 스카이폴

한 번쯤 추락을 경험할 시리즈, 그러나 자체적으로 추락시키다

그동안 '007 시리즈'는 성공의 길을 걸어왔다. 이 시리즈가 세운 역사는 전무후무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길에도 장애물이 있으니, 바로 오랜 반복 끝에 지치는 관객들이다.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관객들에게 장기간 이루어진 '007 시리즈'는 기시감으로 가득하고 내부의 이야기만이 바뀌는 진부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약 60여 년 동안 25편의 영화가 만들어졌고, 배우도 5번이나 교체되었다. 하지만 '샘 멘데스' 감독은 이 시리즈의 고정관념을 철폐하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의 오프닝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영화 내부적으로도 첨단 장비들을 채택하는 것이 아닌 고전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아이템을 선택하면서 '007'의 캐릭터성을 더 부각시킨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007'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애스턴 마틴' 차량이 반가웠던 이유도 앞서 언급한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영화의 전개와 액션 등 여러 부분들이 차분하고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영화의 서사도 역동적이거나 화려하게 펼치지 않고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다루고 있다. 유행을 거스르고 정체성을 돌아보는 '샘 멘데스' 감독의 시도는 '007 시리즈' 전체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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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는 '007'하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배우가 되었다
common (13).jpg 그와 대립하는 '하비에르 바르뎀'

2. 연기

'다니엘 크레이그'가 이룬 새로운 '007', 그리고 '하비에르 바르뎀'의 강렬한 연기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는 '제임스 본드'를 자신에게 맞춰가는 느낌이다. 원작에서 본래 장신이며 꽃중년의 미모를 가진 것으로 표현되는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본인만의 캐릭터로 구축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이제 '007'은 '다니엘 크레이그'라는 생각이 든다. 신체적인 능력과 함께 남성미와 섹시함까지 갖춘 이 영국 배우는 최고의 '007 제임스 본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여기에 액션과 감정 연기에 탁월하고, 캐릭터에 맞춘 유머까지 가능한 배우다. 능글능글한 모습은 '숀 코네리'의 '007'과 차이를 갖게 되고, 보다 현대적인 '007'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그와 대립하는 '하비에르 바르뎀'은 개인적으로 몰랐던 배우다. 이 영화를 통해 필자는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을 접했고 그 후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까지 보게 되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카리스마가 가득하고 악의 축으로써 강렬한 연기를 펼친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와 독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신체적으로 강력한 빌런은 아니지만 배우가 가진 분위기로 빌런 '실바'를 완성한다. 때로는 '007'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극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이는 단순히 시나리오 상의 부분이 아니라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가 설득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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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멘데스'의 '007'
common (8).jpg 그는 '007' 이전에 인간 '제임스 본드'에 집중했다

3. 연출

'샘 멘데스' 감독은 '007' 이전에 인간 '제임스 본드'를 다루고자 했다

'샘 멘데스' 감독은 '007'을 액션에 국한하지 않고, 인간 '제임스 본드'를 다루며 그의 내면을 파헤치고자 한다. 특히, 점점 노화를 경험하는 '제임스 본드'의 고뇌와 고충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장치한다. 이번 '007 스카이폴'을 단순 액션과 첩보 장르의 영화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과거로부터 지난 시간만큼의 서사를 영화 '007 스카이폴'에 담았다. 이 서사가 마치 고풍스럽고 품격 있는 그림처럼 화면에 비친다. 세련되고 화려한 느낌의 전작들과 다르게 이번 영화 '007 스카이폴'은 차분함을 지니고 있다. 또한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외면이 아닌 내면을 보다 심층적으로 다룬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가 가진 국가를 향한 신념과 개인의 고독, 신체능력의 저하 등이 서로 맞물려가며 겪게 되는 고충이 여실히 드러난다. 동시에 빌런인 '실바'와 대립함으로써 이야기는 고전적인 품격을 지닌 채 흥미롭게 흘러간다. 또한, '007'의 초심을 강조하기 위해 그동안 쌓았던 '007 시리즈'의 상징을 무너뜨리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자체적으로 추락시키고 다시 새롭게 세우고자 하는 '샘 멘데스' 감독의 노력은 연출에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촬영의 구도나 대립의 방식, 액션의 형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아날로그적이며 고전적인 기법이 눈에 띄며, 그 결과 '007'이 아닌 '제임스 본드'가 돋보이는 결과를 낳는다.

* 평점 : 4.5 (강력 추천)

* 한 줄 평 : 과거를 돌아보며 나를 찾아가는 과정.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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