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변하는 감정이다

행복의 속성

by Paul

"행복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감정이라 나는 행복한 것보다 편한 게 좋아."

영화 속 대사이다.

40대 주인공 여배우의 얘기이다 보니 40대에는 편하게 사는 것이 행복인 것 같지만 행복도 나이를 먹는 탓에

어릴 때에는 놀이동산 가서 놀고 피자나 치킨 먹는 게 행복하고

사춘기 때에는 예쁜 여자 친구 생기면 행복하고 학교 졸업하고 원하던 직장 취직하면 행복하며

사랑하는 사람 만나 결혼하면 큰 행복이고

이런 자식 옆에 두고 사는 부모도 행복하다.

행복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권리이자 의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나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고 행복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다양한 세상에 삶의 방식이 저마다 다르고 서로 다른 환경에 살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은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사는 것이다.

바나나 공화국(Banana Republic)이라 해도 인간은 의식주의 제공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고 힘들고 고된 삶 속에는 조금이나마 행복한 시간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평탄하지 않은 비탈진 인생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심리학회에서 말하는 행복의 정의는

‘목표가 있고 목표를 향한 과정이 즐거운 것.’

이라 했고 장자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내가 먹는 음식이 가장 맛있고

내가 입는 옷이 가장 멋있고

내가 사는 집이 가장 편하며

내가 즐기는 문화가 최고라 느낄 때

인간은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부정할 수 없는 근사치의 정의라 할 수 있지만 미국 심리학회의 정의는 미래지향적 관점이 전제가 되고 장자의 행복론은 어찌 보면 자기만 좋게 느끼고 생각하면 그만이라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행복은 느끼는 감정이므로 조건이나 상황에 개의치 않는다면 사랑할 때의 충만한 기쁨이 감정적으로는 가장 행복할 때라 말하고 싶다.

그러나 사랑에는 농도가 있어서 농도가 옅어지면 행복의 지수도 떨어지게 되고 항상 일정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사랑과 행복의 함수관계는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시력장애가 있는 사람이 제대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토록 갖고 싶던 고급차를 사게 되면 얼마나 행복할까?

원하던 위치까지 승진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막상 자기가 원하던 것을 이루고 난 뒤 남의 칭찬이나 찬사를 제외하고 자신만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기간은 고작해야 두 달 안팎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하고 전문용어로 쾌락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고 한다. 미치도록 좋은 연애기간도 몇 개월 안 가서 끝나는 경우는 너무 흔해서 굳이 언급을 안 해도 모두 아는 사실이고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자기가 원하던 것을 이루고 난 후 그것으로 행복할 수 있는 충만한 만족감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면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으며 행복이란 욕구 충족이나 타인으로 인해 얻어질 수 없는 것이란 판단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어떤 유형이든 자신이 만족하는 삶의 질이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진솔한 긍정의 상태라 할 수 있다.

위만 쳐다보고 살면 사는 게 지옥이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살면 내가 사는 곳이 천국이라는 선인들의 말처럼 행복은 자신의 관념과 가치의 기준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며 그에 대한 만족지수가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고되고 힘겨운 생활이 계속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부정적인 사고가 만연한 상황에서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 자신의 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들보다 좋은 환경과 명예, 소유의 가치가 많다 해도 만족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근대 문학작품에는 가난하지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예찬한 작품들이 많다.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이라는 수필에는 세 부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실직한 남편이 어렵게 구한 쌀로 밥을 지어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 밥상을 차린다. 돈이 없어 반찬을 살 수 없었던 남편은 밥 한 그릇과 간장이 놓인 상에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는 쪽지를 남긴다. 남편이 손수 지은 밥상을 보며 아내는 남편의 사랑에 눈물을 흘리며 행복해한다.

두 번째 등장하는 아내는 쌀이 떨어지자 고구마를 삶아 남편 상을 차린다. 쌀이 떨어진 것을 모르는 남편은 밥을 달라고 말하지만 아내는 이 고구마가 아침이라 말하면서 긴 인생에 이런 일도 있어야 늙어서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겠냐고 남편을 위로한다. 아내의 말에 숙연해진 남편은 가난하지만 밝은 아내의 미소를 보며 행복에 젖는다.

마지막 부부의 이야기는 광복 이후 사업에 실패한 남편이 사과 장사를 시작한다. 사과를 팔러 나간 남편이 사흘째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무작정 남편을 찾아 나서고 힘들게 남편을 찾은 아내는 사과를 팔러 가는 기차에서 어떤 사람이 사과상자를 깔고 앉는 바람에 흠이 난 사과를 시장 노점에서 싼 가격으로 팔게 된 사연을 듣는다. 부부가 함께 돌아오는 기차에서 남편은 세 시간 동안 아내의 손을 꼭 잡는다. 남편의 따스한 손길에 행복할 수 있었던 아내는 나중에 남편과의 사별 후에도 남편의 사랑에 힘입어 자식들을 홀로 잘 키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가난하지만 사랑과 배려에서 느낄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시대가 변하고 모든 게 풍족한 이 시대에도 메마른 정서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행복의 의미가 아닌가 싶다.


행복이란 가치의 평가가 아닌 진실한 의미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현실에서 체험하는 감성이므로 과거의 회상도 아니며 목적을 향한 기대도 아니다. 목표가 높을수록 상반된 불행이 존재하고 아름다운 추억도 지나간 과거이므로 현재의 삶에 특별한 의미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루하루에 만족할 수 있는 자신의 생활이 행복을 선사하는 여건이 되고 바쁘고 각박한 세상이지만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있고 교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제공하는 자원은 이미 충족된 것이며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기쁨과 만족이 다름 아닌 행복이라 말할 수 있다.

사노라면 우리네 인생은 좋은 일만 있을 수 없고 마주치기 싫은 상황도 겪어야 하지만 생각의 범위를 긍정적인 시각에 맞춰 본다면 의미 있는 만남도 이루어질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될 것이다.

긍정의 에너지에는 무수한 행복의 입자가 함유되어 있고 긍정은 언제나 좋은 결과를 산출하며 교감할 수 있는 즐거움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든다는 자명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유익한 책을 재미있게 읽는 것이 행복이고

먹고 싶은 거 살찔 걱정 없이 맛있게 먹는 게 행복이며

비싸서 못 사던 옷 폭탄세일로 사 입으면 행복이다. 승진하면 대박, 사업 매출 올라도 대박 난 행복이며 아프지 않고 건강하면 무엇보다 큰 행복이다.

행복에는 조건도 공식도 없다.

행복은 진솔한 기쁨이며 크든 작든 충만한 만족이다.


진실한 행복이란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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