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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메아리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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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Apr 05. 2023

비 오는 날의 녹두 빈대떡

비가 오면 생각나는 음식

비가 온다.
기다리던 봄비가 온다.
아무쪼록 가뭄 해갈과 건조로 인한 산불 예방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봄비를 주제로 하는 서정적 가사의 발라드곡이 인기가 많았고 창밖이 내다 보이는 커피숍과 카페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는 혼자 마셔도 감미로웠다.
비 오는 날, 커피숍 창가 자리는 운이 좋아야 앉을 수 있었고 흐르는 음악이 없어도 창밖의 그림을 감상하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예나 지금이나 비가 오면 술맛이 좋은 이유는 애주가가 아니어도 공통적인데 반가운 봄비든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비든 비 내리는 날, 마시는 술은 달기만 하고 잘도 넘어간다.
특히 비 오는 날에는 파전이나 부침개가 먹고 싶어지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이고 파전과 빈대떡에는 막걸리가 빠질 수 없다.
비가 오는 날, 기름진 음식이 당기는 까닭은 과학적으로 비가 오면 활동량이 감소하고 햇빛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조량이 줄면 멜라토닌이 증가하고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 호르몬이 감소하므로 호르몬 변화에 의해 기름진 음식이나 탄수화물이 많은 면 요리가 먹고 싶어 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비가 오면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체가 체온 유지를 위해 대사작용이 활발해지는 까닭에 공복감을 빨리 느끼게 되는 이유가 기름진 음식을 먹게 된다고도 하지만 어찌 보면 과학적인 증상 이전에 사람들의 몸에 베인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치킨에는 맥주가 생각나고 생선회에는 소주, 중국요리에는 고량주가 당기고 점심 식사 후에 커피를 마시듯 항상 익숙한 습관인 까닭이 아닐까 한다.
마치 종소리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파블로프 반응처럼 비가 오면 뇌가 신호를 보내는 조건반사와 같은 상황이라 생각해 본다.

오늘처럼 오랜만에 단비가 내리면 퇴근길 파전에 술 한잔이 생각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요즘은 워낙 바쁜 세상이라 친구가 그리운 시간이지만 선약 없는 술자리는 만들기 어렵지만 고단한 하루를 함께한 직장 동료가 좋은 술친구가 되어주면 고마운 마음에 술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파전이나 부침개에는 막걸리가 제격이지만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파전과 함께 마시는 소주도 기가 막힌 궁합이다.
해물파전도 좋지만 외국인도 좋아하는 김치전도 빠질 수 없는 이유는 매운맛이 대세인 오늘날에는 자주 먹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파는 파전과 김치전은 밀가루 반죽을 부치는 밀전이 흔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물에 불린 녹두를 갈아 만드는 전통 한국의 빈대떡이 전 중에는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처럼 미각을 즐기는 시대에는 오리지널 전통요리가 인기가 많고 조금만 수고를 하면 국산 녹두 100% 라는 메뉴를 강조하는 식당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녹두 빈대떡은 까글하게 씹히는 맛이 매력적이고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돼지고기와 묵은지, 숙주를 썰어 녹두반죽에 함께 부치는 우리 엄마표 빈대떡도 식당 메뉴에서 볼 수 있고 이제는 세계인의 명소가 된 광장시장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빈대떡을 파는 가게도 많다.

녹두는 황해도에서 많이 재배하던 콩과의 식물로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 열을 내리는 성질이 있어 피부에 좋고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며 천식과 두통, 해독작용에 좋은 식품이다.
원래는 이북 음식으로 냉면과 함께 어울리는 음식이며 한국에도 냉면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이고 맛과 건강을 도모하는 음식으로 젊은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메뉴로 꼽힌다.
특히 맛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시대에는 추천할 수 있는 음식으로 원래 돼지기름으로 부쳐야 제맛이 나지만 돼지기름을 써도 전혀 느끼하지 않으며 손은 많이 가지만 슬로푸드가 다 그렇듯 정성을 들인 만큼 맛으로 보답하는 한국의 음식이라 생각한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저녁 갓 부친 따뜻한 녹두 빈대떡에 막걸리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즐거움은 다름 아닌 일상의 활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 과음을 하지 않는다는 저녁이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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