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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메아리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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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Oct 17. 2023

다방 커피를 아시나요?

커피 문화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누구나 따뜻한 커피가 반갑기만 한 계절이다.

커피잔을 달고 사는 현대인들은 커피로 잠을 깨고 직장에서 업무를 시작하면서도 책상 위에는 언제나 테이크 아웃 커피가 동반한다.

카페인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은 쏟아붓는 커피 값도 용돈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커피 마니아라면 매달 통신비를 넘는 지출을 커피에 며 일상의 필요불가결한 경비로 여기는 게 오늘날의 문화이다.

우리 아버님들은 다방에서 커피를 즐기셨고 다방 커피를 좋아했던 사유는 끓이는 원두커피의 맛과 향이 인스턴트커피 보다 월등히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신다.

부모님께서 말씀하시는 한국의 원두커피의 원조는 D사의 원두커피였고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동그란 깡통의 맥스웰  원두커피가 떠오른다.

80년 대 후반 배우 이순재 님이 맥심 광고에 출현했고 뒤이어 안성기 배우의 커피 광고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이때 '나의 선택, 나의 초이스'라는 카피(copy)의 세련된 광고에 탑모델이 출현하며 화제가 되었고 그 당시에는 커피 광고모델로 출현하면 성공한 스타로 인정받는 시절이었다.

요즘도 커피 광고는 최고의 스타들이 등장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한국인의 입맛을 저격한 일명 잔칫집 커피는 커피 두 스푼, 설탕 두 스푼에 프림 두 스푼을 넣었던 달달한 맛이 특징이었고 경조사의 잔치 문화가 식당으로 옮겨질 즈음 커피 믹스가 등장하면서 자취를 감춘다.

필자가 20대 초반에는 DJ가 음악을 틀어주는 음악 커피숍과 카페가 번창했고 주방 한편 커피 메이커 원두커피가 진한 향을 뿜어냈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 대열로 들어서면서 한국의 음식문화는 지나칠 정도로 발전했고 음식문화의 번창과 함께 커피 애호가 인구도 했다.

1990년대에 서울 대학가를 중심으로 원두커피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난다랑에 이어 자댕 커피숍이 여러 곳에 분점을 내며 꽤나 인기가 있었던 커피숍이었으나 당시에는 커피 원두의 원산지를 가려 마시는 커피 마니아는 드물었다.

이런 과정의 커피 문화가 한국 커피의 변천사라면 우리나라 보다 훨씬 앞선 세계의 커피 역사를 살펴보자


커피는 남아프리카 고산 지대에 서식하던 자생 식물이었고 최초 인류의 탄생지가 아프리카 대륙이듯 커피는 역사가 수 천년 된 서식 작물이었음에도 인류가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은 까닭에 오랜 기간 빛을 못 봤던 식물이다.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이고 최초로 커피가 식용으로 사용되었던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커피 열매를 갈아 동물성 지방인 당시의 버터? 와 반죽해 식용으로  섭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마도 커피 열매에 함유된 카페인의 작용으로 고된 노동을 견디게 해 주던 유가 아니었나 추정될 뿐 시기와 기록은 정확하지 않다.

525년 에티오피아(Ethiopia)는 예멘(Yemen)을 침략했으며 이때 커피나무가 예멘으로 건너가고 재배된 것이 오늘날 커피의 시초가 되었다. 

이슬람이 세력을 확장하던 시기에 이슬람은 시리아, 이집트, 메소포타미아로 전파되었고 그 시기 이슬람 제국의 성장과 함께 예멘의 모카 항에서 커피가 이슬람 국가로 수출되었다.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로 불리는 유명한 예멘의 모카커피(Mocha Coffee)가 당시 모카 항을 통해 수출되었던 커피이다.
흔히 사람들은 진한 에스프레소(espresso)를 즐겨마시는 유럽이 커피의 종주국이라 생각하지만 커피는 이슬람에서 처음으로 마시고 발전한 음료이다.

그때에는 예멘에서 커피의 국외 출을 엄격하게 제한한 까닭에 커피 열매가 다른 나라로 그대로 수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볶은 커피만을 수출했으며 그때부터 로스팅(Roasting) 기술이 발전하게 되었다.
그 후 1554년 오스만 제국의 수도인 이스탄불에서 세계 최초의 커피숍이라 할 수 있는 카흐베카네(kahvehne)가 등장한다.
카흐베카네는 단순히 커피만을 팔던 가게가 아니었고 이스탄불의 지식층과 부유한 상인들이 대화를 나누며 즐기던 공간이었다.
코란의 율법에 의해 술이 금지된 이슬람들에게 커피는 급속하게 확산되었고 카페인 성분으로 피로가 사라지는 효과와 함께 커피는 유럽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럽인들에게 커피는 카페인의 효능 때문악마의 음료(Satan's brew)로 불리기도 했으며 600년 이상 지속되었던 이슬람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커피에 대한 유럽인의 인식은 좋지 않았다.

그런 커피의 대한 논란이 커지자 1603년 교황 클레멘스(Clemen) 8세는 커피를 직접 마셔보기로 결정했고 커피의 맛에 반한 교황은 이렇게 훌륭한 커피를 이단들의 음료라 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뒤 커피에 강복을 주고 가톨릭 신자들이 마셔도 된다는 관면을 내리자 유럽인들에게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다.

그 후 1615년부터 베네치아 상인들은 모카에서 커피를 수입하기 시작했으며 커피는 유럽 전체로 수출되었다.

모카에서 수입하던 커피는 모든 유럽인의 수요를 공급하기에는 부족했으나 네덜란드가 해상 무역의 패권을 장악하고 네덜란드는 1800년, 동인도 회사를 국영 회사로 만들면서 그들의 식민지인 인도네시아 지역 자바섬에서 커피를 재배했다.

인도네시아 커피는 곧 모카커피의 양을 능가하는 수준이 되었 모든 유럽인들의 커피 수요를 충분히 공급하기에 이른다.

인도 회사를 통해 유럽 각지로 수출된 인도네시아의 커피가 오늘날 세계인이 즐겨 마시는 자바(Java) 커피이다.

유럽에 공급되는 커피가 풍족해지면서 파리에는 카페(Cafe)가 늘어났고 파리의 카페는 이슬람의 커피 하우스인 카흐베카네(kahvehne)처럼 지식층이 이용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 시기 볼테르, 디드로, 라 하프와 같은 인물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즐겼고 그들은 귀족 세력과 부르주아 신흥 세력의 경제적 현안에 대해 토론을 했으며 역사적으로 지속된 신분 제도의 불만은 문학과 철학을 통해 정치권에 불을 지폈고 급기야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이어졌다.

유럽인에게 카페는 단지 먹고 마시는 장소가 아닌 이성적으로 사고하며 토론을 나누던 공간이었던 것이다.

중세 유럽 가톨릭은 포도주를 성혈로 여기던 종교 의례와 함께 와인은 일상에서 즐기던 생활의 일부였고 알코올 중독은 중세 유럽의 심각한 사회의 병폐였다.

커피가 유럽으로 확대되고 유럽인들은 술이 아닌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고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국 커피의 등장은 유럽의 중세와 근대의 매개체가 된 것이다.

한국의 다방도 가난했던 시절, 서민들은 이용할 수 없는 곳이었고 근대 소설이나 옛날 영화에서는 지식층이 커피를 마시며 문학과 당시 사회 현안을 토론하던 공간으로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커피란 세계 어디서나 계몽과 문화의 매개체로 새롭게 등장했던 존재였음을 역사가 증명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한국의 커피 산업도 크게 성장했고 이제는 다양한 종류의 세계의 커피를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세계의 3대 커피를 꼽자면 자메이카에서 재배하고 가공한 블루마운틴(Blue mountain), 하와이에서 생산하는 코냐(Konya)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예멘의 모카(Mocha) 커피이다.

이미 한국인도 즐기는 커피이지만 이 3대 커피의 가격이 너무 비싸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대부분 100% 순수 원두는 아니다.

커피를 하루에 6잔 이상을 마시는 필자는 커피 값이 부담이 돼서 사무실과 집에 커피메이커를 놓고 산다.

몇 년 전 백화점에 우연히 들렸다가 100%로 블루마운틴 커피 400g을 3만 원에 세일한다는 상품을 보고 이게 웬 떡이냐? 싶어 바로 사서 갈아서 마셨더니 예전에 마시던 블루마운틴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자세히 포장지의 뒷면을 보니 배하고 가공한 지역이 탄자니아였다.

이처럼 커피의 맛과 향은 같은 원두를 써도 재배하는 지역의 환경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3만 원을 들여 실감하게 되었다.

아무리 갓 출시한 커피 원두라 해도 진공상태를 뜯으면 맛과 향이 2주 이상 가지 않는 것이 원두커피이며 쇼핑몰과 백화점에서 싸게 세일하는 제품은 오래된 커피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것은 거리마다 들어선 카페의 수에 말문이 막힌다는 것이다.

사실 인구와 국토의 면적에 비례하는 카페와 식당의 빈도는 서울이 세계 1위이며 경제는 어렵고 한국의 외채가 1000조를 넘는 현실에서도 맛집을 찾는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에 가족과 친구들을 초청해 방송하는 TV 프로그램에서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은 한결 같이 한국의 화려한 거리와 너무도 다양한 음식 문화에 감탄한다.

한국 문화의 발전과 성장을 부정적으로 볼 사람은 결코 없다.

그러나 수입에 관계없이 명품 쇼핑을 하는 시대이고 400g에 80만 원이 넘는 루왁(Luwak) 커피를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며 마시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고 아무리 먹방이 대세인 세태라 해 지나친 소비는 가계 부채의 원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소비문화가 갈수록 증가하면 나라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테이크 아웃 커피를 하루에 몇 잔씩 마시는 커피 문화가 한국에 착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고 어느 정도의 소비는 경제 순환에는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좋은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에 맛집을 찾는 수고 보다 책을 한 권 더 사서 읽는 소중한 가을을 보내는 게 더욱 유익한 가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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