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는 사회
구약성서에는 하느님께서 노아에게 포도의 재배법과 포도주의 제조방법을 가르쳐 주셨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그리스 신화에서 디오니소스는 포도나무와 포도주의 신, 다산과 풍요의 신으로 세계 각지에 포도재배와 양조법을 전했다는 전설이 있고 중국에서는 8,000년 전 황화 문명의 태동과 함께 술을 빚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며 아랍에서는 연금술사가 음료가 아닌 알코올을 최초로 만들었다는 기록도 있다.
최초에 사람이 술을 빚은 것이 아니라 과일을 저장하던 원숭이가 나무 틈새에 오래 보관한 과일이 발효가 되어 술이 된 것을 사람이 먹게 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술은 인류와 함께 탄생하고 인간의 역사와 함께 존재해온 음료이다.
서양에서는 제사장이 신께 예식을 올릴 때 가장 좋은 포도주를 바친 유래가 지금까지 내려와 가톨릭 미사 주로 포도주가 쓰이고 있으며 동양에서도 제사 때에 술을 제주(祭酒)로 사용한 역사가 현재까지 전래된 것을 보면 술은 귀한 음료로 신성한 의식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음료와는 구별이 되었다.
인간이 사냥과 채집을 하던 시대에는 과실주를 마셨고 농경시대에 이르러 곡식으로 술을 빚은 곡주가 등장했으며 사람들의 식생활과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기는 농경시대의 농경문화와 관련이 깊다.
아랍권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술을 마신다.
각 나라마다 전통주가 있고 지역의 자연조건과 재료에 따른 제조법이 다르고 술의 종류와 역사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며 음료의 기능을 넘어 생활양식에 포함되는 음주문화로 변화했다.
나라마다 대중적인 술이 있고 술에 대한 독특한 관습이 있으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만큼 술 문화가 발달한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1인당 술 소비량이 러시아 다음으로 세계 2위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을 합친 면적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거대한 영토의 나라이고 추위를 견디기 위한 생활양식에서 비롯된 문화라는 측면을 감안한다면 세계 2위의 한국의 음주 소비량은 과하다 못해 너무 지나친 순위이고 결코 자랑할 만한 서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음주는 단순히 음식과 곁들여 마시는 음료의 차원이 아닌 하나의 ‘도'에 포함되는 ’ 주도‘의 전통으로 전래되었고 왕실과 양반들만 마시던 음료로 서민들은 술을 접하기도 힘들었으나 시대가 바뀌면서 양반들이 마시던 술과는 종류도 다르고 술에 대한 개념도 변화하면서 일반적으로 전파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술 한 잔 하자로 시작된 술은 1차, 2차, 어떤 경우에는 3차로 이어지고 흔히 말하는 주당들은 체력이 다할 때까지 계속 마신다. 요즘은 달린다는 표현을 써서 어제 몇 시까지 달렸다는 말을 하고 해장 문화도 역사를 따라 발달하면서 해장국 종류도 다양하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고 독특하게 생각하는 것이 한국의 술 문화이다.
와인과 맥주. 위스키를 주로 마시는 서양에 비하면 음식마다 함께 마시는 술이 다르고 음식에 따라먹는 방법도 다양하며 대표적으로 푸짐한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는데 문제는 지나칠 정도로 마시는 술의 양이다. 일반적으로 소주와 맥주, 막걸리를 주로 마시지만 술자리가 끝나게 되면 테이블에 음식 그릇 수와 비례하는 술병이 쌓인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2차로 이어지고 1차로 끝나게 되면 허전하고 서운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 한국의 음주문화이다.
2015년 기준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한국인은 한 명이 1년에 맥주 148병, 소주 62병, 전통주 33병, 양주 2.7병, 와인 2병을 마셨다. 1인당 1년에 소비하는 모든 술이 248병이니 한 병씩만 계산하더라도 1년에 248일을 마신다는 계산을 할 수 있고 양주와 독한 전통주는 하루에 한 병을 마시는 경우는 드문 것을 감안한다면 248일은 족히 넘게 마신다는 결론이 나온다.
가계 지출의 지표로 보면 병원비, 음식, 숙박, 오락, 문화, 교통비, 교육, 통신 순서로 지출 규모가 나타나는데 1위가 주류, 담배에 소비되는 지출이다.
병원비, 건강보험을 포함한 2위 지출인 보건비 3.7%의 두 배에 달하는 7.1%나 된다.
세계 보건기구 WHO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2015~2017년 연평균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은 10.2L이고 2020년에는 10.4L에서 2025년에는 10.6L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발표했고 WHO는 2016년 기준 한국인의 모든 사망자 중 7.6%는 술 때문에 사망했으며 특히 남성은 100명 중 12명이 술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한 것이라는 결과보고를 발표했다.
한국인은 2016년 1분기에 4조 1천752억 원을 술과 담배에 쏟아부었고 2017년부터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술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술과 담배 값 지출이 사상 최고 4조 2천975억 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1970년 한국은행의 자료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며 이러한 증가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국민 전체의 불안 심리, 스트레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여파와 관련이 깊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술 소비량의 증가는 개인적으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이고 건강을 해치는 대표적인 원인이며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지양해야 될 악습이 아닐 수 없다.
비단 우리나라만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음주가무를 즐기던 전통과 맞물려 좋지 않은 악습이 계승되고 발달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기쁜 일이 있을 때 가족, 친지가 함께 정을 나누고 술을 마시는 것은 좋은 일이며 속상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심리적 안정을 위해 마시는 술, 바쁜 일을 끝내고 동료나 친구가 나누는 술자리를 부정적으로 볼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악습으로 변질된 술 마시는 양상과 과도한 음주량에서 문제는 발생하고 사회적으로 술을 권하는 문화가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여건임은 부정할 수 없다. 술자리에서 어른이 일어나기 전에 자리를 뜨는 것은 결례이며 대학교 신입생 환영식에서부터 술을 마셔야 하고 회식도 근무의 연장이라는 그릇된 사고방식이 과음을 하게 만드는 사회적 구조가 된다. 사업상의 접대는 관례가 되었고 숙취해소 음료를 비타민 복용하듯 마시고 해장국집은 새벽부터 발 디딜 틈이 없으며 지각만 하지 않으면 충혈된 눈으로 술 냄새를 풍기며 출근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알코올로 인한 간질환, 위장질환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흔하고 사소한 감기 정도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한 현상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인 가구의 생활패턴이 늘어나면서 혼술 문화가 등장한지도 오래됐으며 술 마시고 실수를 해도 관대한 문화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술 마시는 방법도 무척이나 다양한데 폭탄주, 회오리주, 폭포 주 이외에도 세대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이 유행처럼 등장하고 술을 즐기기보다 만취하기 위해 마시는 경우가 당연한 술자리로 자리를 잡았다.
미국에도 젊은이들 사이에 폭탄주처럼 빨리 취하기 위해 테킬라를 마시고 연이어 맥주를 들이켜는 경우가 있고 Bottom up!이라는 원샷 스타일은 있지만 흔한 음주 형태는 아니며 몇 잔으로 끝나지 우리나라처럼 몇 병, 2차, 3차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
탈무드에는 술을 한잔 마시면 양처럼 순해지고
두 잔을 마시면 사자처럼 포악해지며 석 잔을 마시면 노래하고 춤을 추며 원숭이처럼 되다가 넉 잔 이상을 마시면 돼지처럼 토하고 아무 데나 뒹굴다가 쓰러진다는 음주에 대한 속설이 전해진다.
술을 1~2잔 정도의 소량으로 마시면 혈액순환과 심혈관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고 소량이라도 자주 마시는 것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뇌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기억과 학습을 하는 뇌의 해마가 급속하게 줄어들어
인지능력에 영향을 주며 자제력에 관여하는 전전두피질의 변화가 생기고 심하면 신경세포의 연결 부분을 차단해 뇌가 사멸하는 위험한 상태를 초래할 수도 있으며 해마의 작동이 중단되며 생기는 블랙아웃 증상,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생긴다. 간이나 위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이지만 술을 자주 마시면 우울증이 발생하기도 하며 불안증상이나 공격성 스트레스 유발 등의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평상시에 돈을 함부로 쓰지 않는 사람이 술에 취하면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카드로 결제하고 다음날
후회하면서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뇌의 해마 기능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을 매일 술을 먹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못 견디며 몸을 벌벌 떠는 증상을 생각하는데 이런 경우는 이미 회복할 수 없는 말기 상태이며 사람마다 양상은 다르게 나타나지만 술을 마시는 횟수가 많고 술을 마시면 자제력이 없어지는 증상이나 남들은 분위기에 따라 절제가 가능한데 혼자라도 계속 마시게 되는 경우와 블랙아웃 증상이 심하고 유난히 절제하기가 힘들다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특히 그릇된 개인주의가 극심한 사회에서 혼자 마시는 혼술 문화가 증가하고 있는데 혼자 마시는 술이 습관이 되면 알코올 의존 현상인 알코올 중독에 빠질 위험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어 노숙자가 되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직장을 다니던 사람이 직장을 잃거나 사업에 실패하고 절망한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술이나 약물에 중독이 되면 뇌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상황을 극복할 의욕이 완전히 소멸되고 인지능력에 장애가 생겨 수치심이 없어지는 상태에서 노숙자가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것이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없더라도 술을 자주 마시면 건전한 생각이 사라지고 외모도 흉해지고 빨리 늙는다. 시력의 노화도 일찍 오고 피부는 탄력을 잃고 근육은 줄어들고 탈모도 급속하게 진행되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건강질환으로 입원날짜 대기하며 사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의사들은 경고한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졌다는 말이 있듯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들은 술자리에서 수없이 벌어졌다.
주지육림에 빠져 살던 권력의 중심인물들이 독살을 당하고 시해당하는 사건의 현장에는 언제나 술이 있었다.
기원전 중국 하 나라의 시조 우왕에게 의적이 최초로 곡식으로 빚은 술을 바쳤다. 우왕은 술을 맛보고 감탄하며 말하기를 후세에 이 술을 먹고 나라를 망하게 할 은자가 있을 것이라 이르고 술을 멀리하고 의적을 가까이하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다.
과음으로 인한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개인과 가정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1962년 아카데미 주제가 상을 받은 잭 레먼 주연의 ‘술과 장미의 나날’ 1994년 맥 라이언과 앤디 가르시아가 출연한 ‘남자가 사랑할 때’와 니콜라스 케이지와 엘리자베스 슈가 주연한 1996년 작품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라는 유명한 영화에서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삶을 주제로 세계의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지나쳐서 좋을 게 없는 대표적인 것이 술이고 화학적 변화에 빠지기 위해 마시는 술에서 위험은 시작되며 과음하고 흔들리는 문화가 확대되는 현상은 개인과 가정은 물론 사회를 병들게 하고 나라 경제를 좀먹는 암적인 폐해임을 직시해야 한다.
술은 신이 내린 음료란 말이 있고
악마가 만든 음료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천사가 되거나
악마가 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