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 문명, 인더스 문명, 나일 강 하류에서 이집트 문명이 이루어졌고 유프라테스 강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이며 독일에는 라인 강의 기적이 있고 한국의 경제 발전을 한강의 기적이라 한다. 파리의 낭만이라면 세느 강이 떠오르듯 비옥한 토지가 있는 큰 강을 중심으로 문명이 태동했고 문화가 발전했다면 문화의 중심에 사람이 모이고 정보의 교류와 함께 화패가 거래되며 상거래가 일어나는 곳은 당연히 시장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의 플렛폼은 시장이었고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가 그대로 존속되어 이어져 내려온 곳은 시장이 유일하다.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 최초의 시장은 490년 신라의 수도 경주의 ‘경시’를 시작으로 고려시대로 이어졌고 고려의 시장은 전포 없는 물물교환으로 상품거래를 하였지만 1208년 고려의 수도 개경에 상설 전포를 설치하였다. 조선 태조 때에 이르러 고려시대 시장의 시전을 관리, 감독하던 제도를 도입해 ‘경시서’를 설치했으며 1412년 태종 때 종묘와 동대문 사이에 2,500여 칸의 행랑건축물이 들어서고 구조를 갖춘 시장이 시작되었다.
예로부터 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래와 도매, 소매가 이루어졌고 상업 활동 외에 정보교환과 문화의 장으로 수세기 동안 전래되어온 한민족의 역사의 흔적으로 의미가 크다.
서울의 4대문을 중심으로 시장이 번성했고 시장은 상업의 메카이자 소통의 창구이며 삶의 체온을 그대로 느낄 수 시민의 공간이었다.
남대문시장은 한국인의 소박한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세계인의 관광명소이고 동대문 시장은 대한민국 의류산업의 메카로 변함이 없는 이유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지역으로 명동 보다 비싼 자리가 동대문 평화시장이란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흔히 체감경기를 장바구니 물가라 하는데 통계청의 통계 보다 빠르고 정확한 경제의 바로미터는 다름 아닌 시장물가라 할 수 있다.
시대가 변하고 편한 게 대세라 인터넷 쇼핑은 사소한 생필품 하나에서 양파, 대파도 배송해 주고 저녁 늦게 주문해도 새벽에 문 앞까지 대령해 주는 편한 세상이며 대형 할인마트의 물건이 신뢰가 가고 서비스와 시설은 백화점 수준으로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가쁜 숨소리와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삶의 현장은 우리의 전통시장이고 장을 본다는 것은 재래시장이 없다면 의미조차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새벽에 도매시장에서 떼어온 신선한 식자재를 언제나 살 수 있고 정찰제 없이 고르는 재미와 흥정이 있는 거래가 이루어진다.
우선 시장에 들어서면 수많은 먹거리가 시선을 끈다. 최고급 요리의 화려한 플레이팅 보다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금방 튀겨낸 꽈배기 도너츠와 찹쌀 도너츠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달달하고 윤기나는 탱탱한 뜨거운 족발은 푸짐하게 쌓여 대기 중이며 철판 위에서 바쁘게 뒤집히는 동그랑땡과 전들을 보면 해가 떨어지지 않아도 술 한 잔이 생각난다. 빨갛게 잘 익은 떡볶이 옆에 따뜻한 어묵이 순대와 함께 손님을 기다린다.
보기 좋은 김치가 포기 채 놓여 있는 반찬가게는 따뜻한 흰 쌀밥이 생각나고 고릿한 냄새가 정겨운 젓갈도 입맛 돋우는데 최고이다.
싱싱한 채소들을 퍼 담는 주인의 손이 저울 보다 푸짐하고 생선 가게는 언제나 볼 것이 많다.
이러한 시장의 그림은 전국이 동일하지만 전통시장은 오랜 역사와 함께 명맥을 유지하고 이어져 왔기 때문에 지역마다 특산물을 거래하는 유명한 명품시장이 많다.
원래 포목시장으로 유명한 광장시장은 이제는 풍성한 먹거리 시장으로 명소가 되었고 한약재는 경동시장이며 인삼하면 금산인삼시장이다.
장돌뱅이의 애환을 그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배경인 봉평장이 지금의 봉평시장이고 싱싱한 해산물과 꾸덕꾸덕 말린 생선이 유명한 삼척중앙시장은 5일장이다.
충남 홍성의 광천시장은 전국에서 새우젓을 사러 사람들이 몰리고 과메기로 유명한 포항 구룡포시장이 있고 포항 죽도시장에서는 고래 고기를 맛 볼 수 있다.
도떼기시장은 원래 부산 국제시장의 명칭이고 한국의 슬픈 역사와 함께 전시물자와 미군의 군용물품이 밀거래되고 외제상품의 집결지였으며 지금은 부산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명소가 되었다.
서양에도 지역 마다 전통시장은 변함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삶의 공간이며 역사와 함께 유명한 시장이 많고 서유럽 선진 국가에서는 재래사장이 현대식 마트 보다 인기가 있다.
미국 뉴욕의 첼시마켓(Chelsea Market)은 뉴욕 시민과 관광객이 넘치는 명소로 식료품 외에도 의류와 가정용품,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을 파는 곳으로 유명하며 유니온 스퀘어파크(Union Square Park)에 위치한 그린마켓(Green Market)도 과일과 채소를 파는 뉴욕의 노천시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파리의 바스티유 마켓(Bastille Market)은 파리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일주일에 한번 일요일에만 열리는 시장이며 파리 시민의 식자재를 볼 수 있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
육류와 여러 종류의 햄과 소시지, 갖가지 유명한 치즈는 관광객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신선한 채소와 해산물도 다양하지만 한국인에게 낯설은 생선도 많고 그냥 서서 먹을 수 있는 먹거리도 놓치면 후회한다.
파리 시내에는 윌슨 마켓(Wilson Market)과 몽쥬 마켓(Monge Market)도 유명한 재래시장이며 요리가 유명하고 음식문화가 발달한 나라답게 파리지앵은 재래시장을 선호하고 시대가 변해도 시장에서 장을 보고 가정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한국의 젊은 세대와는 많은 문화의 차이를 실감하게 한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시장이 활기가 있다는 것은 경제상황이 좋다는 확실한 지표이고 아무리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힘들다 해도 시장이 문을 닫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희박했다. 대기업의 대형마트에 밀려 시장상인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은 한두 해가 지난 일이 아니고 생존에 위협을 받는 상인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함께 심각한 상황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에서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여러 정책과 함께 시장화패를 발행하고 지역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상품권도 보급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고 대형마트에 이어 온라인 쇼핑이 시장으로 가는 발걸음을 돌리게 하고 있다.
모든 고객은 쾌적한 환경에서 다양하고 좋은 품목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고 희소성이 있거나 눈으로 직접 보고 골라서 구매하는 약재나 고가의 물건이 아니라면 불편을 감수하면서 직접 시장을 찾지는 않는다.
영세한 시장 상인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물건을 품목별로 구비하기가 어렵고 도매상을 통해 들여오는 물품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마트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으며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재래시장은 대형 마트에 비해 고객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상품 불량으로 인한 환불이 굉장히 힘들고 교환, 환불을 친절하게 해주는 대형마트에 비하면 교환이나 환불을 하려면 다시 시장을 찾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단골손님이 아닌 경우에는 안 바꿔 주려는 상인과 한참 실랑이를 해야 하고 때로는 고성이 오가며 감정을 상하는 경우도 재래시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좋은 물건을 확인하고 고를 수 있는 상품은 문제가 없다하더라도 비닐봉지나 박스에 포장된 채소나 과일, 음식 등은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피해를 당하는 경우는 흔히 발생하는 상황이고 불쾌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시장을 다시 찾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정찰판매제가 아닌 시장의 가격도 예전에는 흥정을 통해 싸게 살 수 있는 장점이었지만 쇼핑몰 마다 가격을 비교해 보고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형태가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물건 가격을 에누리한다는 것 차체가 친화적이지 않은 짜증나는 단점이 되며 시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면 가격경쟁력에서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요즘 시대에 아직도 현금사용을 강요하고 카드를 거부하는 상인이 많은 현실은 시장의 경쟁력 자체는 물론 고객에게 신뢰를 떨어트리는 원인이 된다.
시대가 변하면서 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쟁력이 없는 분야는 생존이 불가능하며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 경쟁력을 전통과 역사, 고유한 정서로 고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년과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졌듯이 재래시장이 존립할 수 있는 경쟁력 회복에 대한 부단한 노력과 개선이 없다면 문을 닫는 시장도 생기는 애석한 현실은 다가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까지 경제적인 전통시장의 난관을 정치적 표밭 다지기의 과정으로 지역구는 물론 정부의 수많은 정책들을 시행됐음에도 해결책은 없었고 결과적으로 대행마트의 횡포라는 말도 안 되는 정서를 통해 대기업 잡기에 매진하고 대형마트는 악덕기업이라는 오명을 감내해야 했지만 선택은 언제나 소비자의 몫이었다는 사실은 통계와 매출이 증명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방송에서도 우리의 전통시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유명 연예인이 리포터로 전국의 시장을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많지만 정책과 홍보 보다 좋은 상품은 시대가 바뀌어도 사랑받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바탕으로 좋은 상품을 좋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부르는 상인들의 자구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건강과 좋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화두인 현대 사회에서 인스턴트식품과 포장 음식의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은 건강을 생각하고 운동이 대중화된 세대와는 맞지 않는 문화의 역행이라 할 수 있지만 바쁜 생활에 쫓기며 사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은 당연한 무리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좋은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식당도 많고 대기업에서 만드는 포장음식이 해로운 것도 아니기 때문에 좋은 음식을 직접 고르고 만들어 먹는 식생활을 강요할 수도 없다.
그러나 수세기 동안 변함없는 우리의 음식문화는 신선한 재료와 정성이 담긴 밥상이고 무엇보다 좋은 음식은 건강을 유지하는 최고의 명약이며 엄마밥 만큼 훌륭한 음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어머니가 정성 드려 마련한 음식을 먹고 성장한 세대가 고유한 우리의 음식을 외면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며 맛과 건강을 함께 도모하는 음식문화가 정착된다면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도 다시 증가할 것이다.
이제는 수많은 쇼핑몰의 경쟁의 결과로 배송료 없는 단품 판매도 대세이고 바쁘다는 이유와 함께 나 홀로 가정이 증가하면서 시장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가정이 날이 갈수록 감소하는 현상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나타내는 사회의 단면이라 할 수 있지만 채널 마다 지겹게 나오는 먹방 프로그램이 대세인 한국에서 방송이 주도하는 대중문화가 젊은 세대에게 어떤 음식문화를 조장하는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음식이란 신선한 재료와 정성이 맛을 만들고 가장 훌륭한 건강 식단은 좋은 식자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